◎구청장 등 고위직국장급이하 나눠 돈전달/로비 안먹힐땐 학연·지연등 이용 우회접근불법을 승인받기 위한 삼풍백화점의 로비는 치밀하고 조직적이었음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삼풍경영진은 일단 증개축을 위한 설계변경등을 멋대로 해놓고 사후에 인맥과 돈을 동원, 공무원을 공략했다.
이회장은 직접 경영일선을 맡고 있던 지난해 초까지 당시 개발사업부장 이광만 전무와 단둘이 로비를 전담했다.
우선 이전무가 공무원들의 명단과 뇌물액수를 적은 「리스트」를 이회장에게 제출하면 이회장이 꼼꼼히 살펴본 뒤 볼펜등으로 1백만원에서 천만원대 단위까지 액수를 수정했다. 돈의 전달은 이회장이 구청장등 고위직공무원등 거물급을 직접 맡고 이전무가 구청 국장급이하 공무원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 「맨투맨(MAN TO MAN)」식으로 「공략」했다.
이회장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표보다는 현금을 선호해 뇌물주기에 앞서 반드시 경리부에 현금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백화점의 상품권이나 스포츠클럽회원권, 사우나입욕권등도 「떡값」대용으로 뿌렸다.
이회장은 중앙정보부 출신답게 로비가 잘 먹히지 않을 경우 주변인물들의 고향, 학력, 군경력까지 조사해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황철민 전구청장의 경우. 이회장은 이전무를 통해 황당시 구청장과 접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황씨의 해병대 선배인 신인균 전무를 내세운 끝에 삼풍백화점 준공허가를 따냈다.
90년 5월 서초구청장에 부임한 황씨는 당시 전임구청장인 이충우씨가 뇌물수수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끝이라 초기에는 상당히 몸조심을 하다 해병대 동료애까지 동원한 삼풍측 로비에 결국 무너졌다.
뇌물제공 장소로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는 곳이 선택됐다. 이전구청장은 구청장실에서 이회장으로부터 직접 받았고 지명수배된 이승구 전도시정비국장은 이전무의 승용차안에서, 김영권 전주택과장은 김씨의 방배동 집에서, 양주환 당시 주택계장은 구청인근식당과 삼풍백화점 식당에서, 담당직원인 김오성씨는 주로 구청의 주차장에서 돈을 받았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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