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 주춤… 「거액」 탈출러시/증시·장기채권·CD등으로 몰려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거액예금주들의 자금이동이 이미 시작됐다. 은행예금을 빼내 주식을 사거나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부동산을 새로 사들이거나 노는 땅에 건물을 올리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중장기예금을 빼내 단기성 상품에 묻어놓고 마땅한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거액자금의 이동과 관련해 눈여겨볼 현상은 올들어 은행예금 증가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이다. 반면 장기채권의 거래가 크게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예금은 지난 상반기 4조5천억원 증가에 그쳐 지난해 같은기간 6조5천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신탁상품의 경우도 상반기에 지난해(17조7천억원)보다 줄어든 17조2천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은행예금 중에서도 1천만∼2천만원대의 소액예금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대의 거액예금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은행의 한 우량고객 담당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거액예금이 지난해말 2천8백여억원에서 지난 6월말 2천2백여억원으로 6백억원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종합과세대상에서 빠진 만기 5년이상 장기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일부는 대기성 자금으로 남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 대우증권 고정식(고정식)채권운용팀장은 『장기채권 수요가 지난 5월부터 크게 증가해 최근에는 연초보다 거래량이 2배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초 액면가 1만원당 6천5백원정도에 거래되던 국민주택채권1종(만기 5년)의 가격은 최근 6천9백∼7천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또 주식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 이점때문에 최근 증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와 맞물리면서 주식을 사려고 대기중인 고객예탁금은 이달들어 4천4백억원이나 늘어났다.
양도성예금증서(CD)도 주요 도피처중 하나다. CD는 만기 2∼3일전에 증권사나 투자금융사에 매각하면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방길원 압구정동지점장은 『올들어 우리 지점에서만 20억∼30억원 정도가 CD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은행의 CD 발행잔고도 지난1월 19조3천억원에서 6월에는 21조1천억원으로 2조8천억원가량 늘어났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이모(70)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사이에 은행 신탁상품에 묻어두었던 50억원을 인출, 명동 채권상을 통해 국민주택채권 2종(만기 20년)을 샀다.
공인회계사인 정모(61)씨는 지난 5월 그동안 기업어음에 투자하고 있던 30억원을 찾아 서울인근의 토지을 사는데 보탰다. 부동산실명제 실시등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상태에 있지만 그래도 역시 믿을 것은 부동산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이 땅에 주상복합건물을 세워 분양할 계획이다. 주택건설업을 하는 서모(55)씨는 최근 투금사의 기업어음(CP)에 투자했던 5억원을 찾아 금융채인 장신채(만기 5년)와 CD에 분산 투자했다.
금융기관들은 오는 9, 10월쯤부터는 이같은 자금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예금이탈 방지를 위해 다양한 홍보와 함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금융자산이 10억원이하인 사람은 세금이 오히려 줄어든다며 예금자들에게 종합과세의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은행연합회를 통해 ▲시중은행의 금융채 발행허용 ▲5년이상 개발신탁 수익증권 및 예·적금의 분리과세 허용 ▲예금기간중 이자 분산 적용 등 예금이탈 방지대책을 재경원에 공식 건의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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