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안보대화 활성화기대 뚜렷/미 역할지속 희망… 일팽창엔 경계/한반도 통일 필연… 북선택 촉구21세기에 도전하고 있는 아시아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움직임으로 가고 있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시아가 아시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전후 50년간 아시아 안보의 대들보 노릇을 했던 미국과 아시아 각국간의 양자협력, 동맹관계가 냉전의 종식과 미국내의 정치·경제적 여건변화때문에 약화 될 전망이고 또 전통적 안보 이슈 이외에 영토분쟁 마약 환경 테러 등 양자관계 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새로운 안보과제가 등장했다는 상황 때문에 역내 관련국 끼리의 협력·대화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아세안 6개국 외에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아세안 지역포럼(ARF)」의 활동에 대해 전반적 지지분위기였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 주변국 회의 등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중국만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흥미로웠다. 난사군도 등 영토분쟁이 다자기구에서 다루어질 경우 자신들이 불리할 것이란 계산때문이다.
미국의 태도는 선택·유보적이었다.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에는 적극적인 반면 미국의 전통적 양자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즉 한국 등에 대한 다자기구의 역할에는 다분히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다자안보대화가 더욱 활성화되리라는 전망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자협력을 긍정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인사들도 결코 이것이 현재까지의 양자간 협력 또는 안보동맹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0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이 해왔던 역할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아시아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시아가 큰 시장임에 틀림없고 자신의 안보·정치적 이익보호를 위해서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재정·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국내의 사회· 복지문제 등 어려움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적 안목에서 아시아를 다루기 보다는 당면문제의 단기적 해결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형편임이 분명했다. 미국민의 여론은 『미국의 안보우산을 원하거든 미국 물건을 사라』는 식으로 안보와 통상을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미국민 대다수는 고립주의를 배척하고 있고 아시아와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한편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미국의 지속적 아시아 개입을 희망하면서도 미국이 지난 50년간 아시아에서 해온 안보·경제·정치적 기여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한 것이 특이했다. 2차대전 한국전 월남전에서 큰 희생을 치렀음에도 불구, 크게 고맙다는 인사가 없는 것이 강대국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라는 인식때문인지 또는 아시아인의 이기주의 때문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냉전후 미국의 역할은 금후 일본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 가능성 때문에 더욱 여러나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 경쟁력에 맞는 적극적 역할을 하라는 주문은 아시아 각국이 이구동성으로 요망하는 사항이지만 그 방법, 특히 군사적 역할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정부개발원조(ODA)의 확대, 역내 각국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연구센터의 설립등이 일본측에 의해서 제시되었다. 일본의 지도적 역할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지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전쟁책임에 대한 과거청산 문제였다. 『독일은 6백만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죄과가 있으나 일본의 경우 그런 일이 없다』고 강변하는 일본측 토론자의 태도에서 일본이 앞으로 경제적 힘에 상응하는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한계를 읽을 수 있었다.
아시아의 향후 50년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아시아의 기적이란 신화에 불과하다는 폴 크루그만 교수 등의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학자, 기업인 등 모든 참석자는 아시아의 번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반도의 통일은 필연적이며 단지 시기(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견해가 심포지엄의 대세였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대남 적대정책의 포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따라서 현재 북한이 겪고있는 어려움과 권력승계 시기의 특성을 활용, 지금이 북한에 선택을 분명히 하도록 해야할 가장 좋은 기회임도 지적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낙관주의자란 준비가 잘된 비관주의자』라는 경구와 같이 아시아의 장래가 장미빛일 수 있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음을 생각케 하기도 한 유익한 모임이었다.
□약력
▲40년 서울 출생 ▲서울법대졸 ▲미컬럼비아법대졸 ▲고시사법과 합격 ▲서울고법 부장검사 ▲안전기획부 1차장 ▲12대 국회의원 ▲민정당 사무차장 ▲법제처장 ▲주유엔대사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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