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결심이 전해져 국민의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의 복귀가 장차 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김이사장의 결심을 보는 대다수 국민의 심경은 실로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2년반동안 정치를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약속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당혹감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여야 각당이 국민지지의 득실에 따른 인책과 진퇴로 당을 재편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김이사장의 경우는 다르다.
김이사장은 92년 12월 정계 은퇴선언을 한뒤 통일문제와 아시아민주발전에 관한 연구에 전념하며 두번 다시 정치를 않겠다고 가는 곳마다 약속, 국민은 이를 굳게 믿었다. 사실 그가 정계은퇴를 했다면서도 당적을 보유, 제일야당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재개는 않는다면서 같은 당후보 지원유세를 했을 때도 국민은 혼선을 느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정계은퇴약속은 법적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국가와 정계의 원로로서 한 약속이기에 도덕적인 면에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김이사장은 정치재개의 명분으로 현재의 민주당은 자리나누기식 동맥경화증에 걸려있어 국내외문제에 대처할 수 없으므로 지방선거결과에 책임지고 젊은 세대의 여망에 부응하며 통일시대 및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나서서 책임지고 정당을 주도하겠다는 뜻인 듯하다.
정계에서는 그의 복귀결심에 대해 지방선거 승리에 고무되어 마지막으로 국민적 수권정당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긍정론과 지방선거승리를 정계복귀의 검증절차로 이용, 김영삼대통령의 세대교체추진에 앞선 선수로 또다시 대권꿈을 실현하려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김이사장은 대 국민성명후 정치재개에 나설 것이 분명하지만 성명으로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수 있는 것인지, 국민의 실망감과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과연 어느정도 메워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온 국민은 삼풍백화점참사로 극도의 허탈감에 빠져 있다. 이런 사고가 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넓게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국가발전을 책임진 정치권과 지도자들에게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정계복귀·신당추진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인지는 모른다. 정치인·지도자들의 말과 약속은 언제나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채가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