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또 있을 수 있다」고 믿었더니 정말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삼풍백화점 지하 1층의 무너져내린 건물잔해속에서 18세의 유지환양이 매몰 13일, 2백85시간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출된 것이다. 매몰 11일, 2백30여시간만에 구출됐던 최명석군에 이은 유양의 생환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승리의 극치를 이뤘다.최악의 참사로 침통하기만 했던 온 나라가 최군에 이은 유양의 생환에 감동하면서 희망과 활기와 웃음마저 되찾기 시작, 뜨거운 갈채를 보내고 있다. 유양의 그 강인한 생명력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유양의 구조는 무너진 금광에 묻혔다 15일 9시간만에 구출된 양창선씨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긴 기록이다. 그러나 매몰된 상황이 양씨에 비할 정도가 아닌 극한적인 것이어서 더욱 감동적이라 할만한 것이고 완전히 붕괴된 건물속에서 살아나온 세계적인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유양과 최군의 생환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극적인 구조작업에 성공한 현장구조대원들의 노고에 치하와 감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구조본부가 구조작업초기부터 좀 더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갖추고 더 좋은 장비를 갖춰 체계적이고 효율적 구조작업을 폈더라면 더욱 많은 생명을 구출했을 게 아닌가하는 짙은 아쉬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기적은 아직도 또 있을 수 있다. 이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유양과 최군의 무사 생환은 앞으로 우리가 당할지 모를 재난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끝까지 한 생명이라도 가볍게 포기해서는 안됨을 깊이 아로새겨야 겠다. 그리고 구난체계와 장비 및 작업을 인명구조위주로 전환, 구조작업의 혼란과 오판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 연거푸 일어나는 기적은 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감동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기적의 실체를 찾아내야 한다. 두 젊은이에게 공통된 명랑하고 여유있고 절망할줄 모르는 태도는 모든 사람에게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의 교본이 될 뿐 아니라 평소의 생활방식에도 큰 훈수가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구출은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가 놀랐다.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나라는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이런 비극속에서 이들이 보여준 우리 민족의 끈기있는 의지력과 투혼은 나라의 체면을 살리는데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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