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양어머니 “살아있다고 믿었다”/구조현장 주변 스케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양어머니 “살아있다고 믿었다”/구조현장 주변 스케치

입력
1995.07.12 00:00
0 0

◎삶을 향한 인간의 의지 절망은 없다/매몰지점 철근 뒤엉켜 한때 발동동/“냉커피 마시고 싶다”에 캔커피 쇄도○…매몰 2백85시간 30분만인 11일 하오 3시30분께 구조된 유지환(18)양은 구조대원들이 시력보호를 위해 수건으로 눈을 가렸으나 손으로 수건을 들쳐내고 주위를 둘러봤다. 13일동안 칠흑같은 지하에 갇혀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종 여유있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구조작업이 시작된지 30여분이 흐른 하오 2시30분께 유양의 왼쪽 발이 철판과 콘크리트더미 틈사이로 나타나자 2백여명의 구조대는 물론 주위에 몰려 지켜보던 사람들도 환호. 특히 유양이 생존을 확인해 주기위해 발가락을 여러차례 움직이자 구조대원들은 『살아있다』고 외쳤으며 주위에서는 『기적이다』는 탄성. 드러난 유양의 왼쪽 발에는 상처는 없었으며 엄지와 검지발톱에 빨간 페디큐어가 그대로 남아있어 참사를 당하기 전 발랄했던 유양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병석아버지도 눈시울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유양의 생존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니 정광임(47)씨는 『지환이가 틀림없이 살아있다고 믿었다』면서도 감격에 겨운듯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유양의 아버지 유근창(51)씨가 입원중인 서울 강북구 수유5동 대한병원에서도 「인간승리」의 소식이 들려오자 같은 병실에 입원중인 환자는 물론 병원직원들까지 박수를 치며 축하인사를 하는등 축제분위기. 딸의 실종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유씨는 이날 TV를 통해 구조상황을 지켜보다가 딸이 건강한 모습으로 생환하자 『지환아 고맙다』는 말만 거듭 하다가 끝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그릇 다비웠네”

○…김수환 추기경과 이홍구 국무총리는 이날 하오 강남성모병원 3층 중환자실을 방문해 유양과 지난 9일 구조된 최명석군을 격려. 김추기경은 하오 5시30분께 중환자실에 들러 유양과 최군에게 『정말 너무 너무 위대합니다』라며 축하인사를 했다. 김추기경은 마침 죽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최군에게 『어이쿠, 한그릇을 다비웠네』라며 빠른 건강회복에 탄복하자 최군은 『퇴원하면 천주교신자가 되겠다』고 약속. 김추기경은 이어 유양에게 다가가 『온국민이 기뻐한다』며 유양의 이불을 덮어주자 유양은 『살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구조되기를 끝까지 기다렸다』고 매몰 당시를 회상했다.

○…유양이 매몰된 지점은 함석판과 콘크리트 철근더미등이 뒤엉켜 구조대원들이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대형철판이 위를 누루고 있는데다 깨진 유리와 부엌칼등이 널려있어 어려움을 겪었으며 하오3시께에는 구조대원 한명이 급히 공급된 전선에 감전돼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유양이 소속된 회사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광유리공업」은 이날 하오 유양의 생존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이 TV앞을 떠나지 않고 환호하는등 회사전체가 축제분위기. 회사측은 유양이 백화점붕괴참사로 실종된뒤 직원 2∼3명을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대책협의회에 파견, 매일 상황을 파악하는등 침통한 분위기 였으나 기적적인 생환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교우관계도 원만

○…유양이 지난 2월 졸업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위례상고도 이날 축제분위기. 교사들은 수업이 거의 끝날 때쯤 유양이 구조된 것을 알고 퇴근도 미룬채 TV앞에 모여들었다. 유양의 고2학년때 담임인 김유경(36)교사는 『지환이는 1학년때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집안이 어려웠는데도 내색을 전혀 하지 않은채 명랑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대견스러운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유양의 생활기록부에는 「명랑하고 쾌활하며 노력하는 성격으로 교우관계가 매우 원만하다」고 기재돼 있으며 취미는 우표수집.

○…구조된 유양이 『냉커피를 먹고싶다』는 말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강남성모병원에는 캔커피 등 「온정」이 신속히 답지. D식품측은 하오 6시께 직원들을 통해 캔커피 30박스를 유양이 치료를 받고 있는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 복도에 쌓아놓았으며 하오 8시10분께는 송파구 신천동 새마을시장에서 건강식품가게를 운영하는 한상권(37)씨가 미숫가루 1포대를 들고 찾아와 『온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유양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유양을 만나지 못하자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박일근·김경화 기자>

◎첫발견 정상원씨/“발가락 움직이는것 보고 생존 확인/구조작업 내내 말나누며 안심시켜”

『하오 1시45분께 A동 중앙부위에서 포클레인으로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는 작업도중 틈사이로 사람의 발가락이 보였습니다. 즉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유지환양을 처음 발견한 영등포소방서 119구조대원 정상원(30)씨는 유양을 발견하게된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씨는 『「살아있으면 발을 움직여보라」고 했더니 발가락이 움직였다』고 유양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을 밝혔다.

정씨는 또『통로가 확보된뒤 구멍으로 들어가보니 스커트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유양이 고개를 B동쪽으로 다리를 A동쪽으로 반듯하게 누워있었다』며 유양이 농담을 건네는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씨는 구조작업내내 대화를 나누며 유양을 안심시켰다.<박희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