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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4년 월남 관리계기 대립 지속/미­베트남 관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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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4년 월남 관리계기 대립 지속/미­베트남 관계사

입력
199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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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통킹만 미함피격 본격교전/75년 종전… 91년 화해시작… 94년 제재 해제1975년 4월 30일, 사이공(현 호치민시)주재 미대사관의 옥상으로부터 탈출민을 가득 실은 헬기가 떠남으로써 미국의 베트남 군사개입은 참담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1964년 여름 북위 17도 남북베트남 군사분계선 남쪽 통킹만에 정박해있던 미군 함정 매덕스호와 터너조이호가 북베트남군에 피격된 것을 계기삼아 65년 미국의 전투병력이 첫 파견된지 10년만의 일이다.

사이공 철수로부터 20년이 지난 95년 7월 11일 베트남전 참전거부자인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20년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수교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과 베트남간의 30여년 대립의 역사는 64년 통킹만 사건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불화의 싹은 그보다 10년전부터 배태되기 시작했다. 1954년 프랑스군이 디엔비엔푸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주축이된 베트남 독립군에 패했을 때부터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에 두려움을 갖고 베트남에 개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 해 제네바에서 열린 프랑스와 베트남독립군의 정전협정에 따라 베트남이 북위17도를 경계로 남북으로 나눠지자 미국은 남베트남을 관리한다. 북베트남은 통일의 수단으로 게릴라전을 택한다. 그러나 남쪽의 부패한 정권은 나날이 민심을 잃어 가고 미국은 허약한 정권을 받치기 위해 60년 비전투 군사요원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 숫자를 늘려간다. 통킹만 사건은 이러한 긴장 상태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킹만사건을 계기로 미군은 남베트남의 관리자에서 북베트남과의 직접적인 교전 당사자로 바뀐다. 그러나 10년간 계속된 전쟁은 미군의 패배로 끝난다.

미국과 싸워 패배를 안긴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베트남에 대해 미국은 그 뒤 철저한 봉쇄정책으로 복수한다. 베트남은 전쟁으로 파괴된 경제 재건을 위해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 금융기구에서 돈을 빌리려 해도 미국의 방해로 빌릴 수 없었다. 미국은 베트남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며 목을 조였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의 데탕트 물결은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78년 비밀리에 국교 정상화 교섭이 진행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상황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 교섭은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으로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짐에 따라 결렬됐다. 82년 양국은 미군 실종자와 전쟁포로 문제의 실무 협의를 개시하는 것으로 다시 접촉, 베트남은 88년 처음으로 양국 합동 현장 조사에 응한다.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이 명백한 신호를 받은 미국은 91년 양국 관계 정상화 및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관계 정상화 용의가 있다고 처음으로 밝히기에 이른다.

그 뒤 양국의 관계개선 움직임은 눈에 띄게 빨라져 미국은 여행금지 해제, 인도적 생필품의 판매 허용, 통신 개설 허용, 국제 기구의 베트남에 대한 차관 제공 용인, 미국 기업의 베트남 개발 참여 허용 등으로 베트남을 옥죄던 제재를 하나씩 완화한다. 94년 2월 미국은 30년에 걸친 대베트남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했으며 이어 95년 1월 양국은 상대방 수도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열어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절차를 착실히 밟아나갔다.

11일 미국은 마침내 베트남과의 국교 완전 정상화를 선언함으로써 양국의 오랜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독립과 통일, 그 뒤 미국의 봉쇄정책으로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재건을 위해 베트남인들이 쏟아야 했던 피와 땀, 눈물이 이로써 보상받은 것이다. 미국도 이제 패전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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