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4년째 입원… 돈벌며 살림해온 효녀가녀린 18세 여자의 몸으로 한계상황속의 13일을 버텨온 유지환(18)양은 어려운 집안환경에도 불구하고 늘 웃음을 잃지않은 밝은 성격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애교둥이」였다.
키 1백58㎝, 까무잡잡한 피부에 약간 마른편의 미인형인 유양은 대한병원에 5년째 장기입원하고 있는 아버지 유근창(51)씨와 병간호에 매달린 어머니 정광임(47)씨 대신 살림을 도맡아온 효녀였다. 수유4동 집의 일부를 세놓은 집세를 제외하면 유양의 월급 65만원이 집안수입의 전부이다시피 하지만 유양은 한달 용돈을 5만원만 쓰고 통장에 5백만원을 모을만큼 또순이.요즘은 군입대를 앞두고 휴학한 오빠 유세렬(21)군의 뒷바라지도 하는등 1인3∼4역을 하면서도 불평 한번 없었다는 것이 가족들의 말이다.
유양은 서울 인수중학교를 졸업한뒤 스스로 가정형편을 판단, 일찌감치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하고 91년 위례상업고교에 진학할만큼 주관이 분명했다.
학교측으로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에게 주어지는 「가사장학금」을 타고 한편으로는 아르바이트로 모자라는 학비를 보충하면서도 유양은 전혀 구김이 없는 쾌활한 성격으로 늘 주변에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유양의 고교 생활기록부에는 『성격이 밝고 노력형으로 교우관계도 원만하다』고 기록돼 있다. 성적은 중간정도를 유지했고 국사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유양의 2학년때 담임선생인 김유정(36·여)상업교사는 『재치있는 말로 항상 교우들을 잘 웃겼던 학생이고 운동이나 취미활동등에도 적극 참여해 어려운 가정환경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발랄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유양은 93년 3학년 2학기때 개인회사로 실습을 다니다 10월께 지금의 회사인 삼광유리로 직장을 옮겨 삼풍백화점의 지하1층 삼광유리 크리스탈 자기코너로 파견 근무해왔다. 직장동료들은 『지환이는 근무시간에도 늘 즐겁고 성실하게 일하는가 하면 회식때는 김건모의 노래를 특히 잘 불러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 직원』이라며 유양의 생환을 가족의 일처럼 기뻐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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