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생명도 포기해선 안된다/“그래도 생존자소식 들으니 힘난다”/“다른 매몰자들도 빨리 구조를” 독촉○…서울교대 체육관에서 13일째 가족들의 소식을 기다려온 실종자가족들은 11일 하오 1시50분께 붕괴현장에서 유지환(유지환·18)양의 생존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며 TV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구조가 더딜 때는 발을 구르다가 마침내 유양의 모습이 드러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유양의 생환을 마음깊이 기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양의 감동적인 구조작업을 자기 가족일처럼 성원하며 『앞으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된 유양이 의식이 분명하고 얼굴에 덮은 수건을 걷어내는 등 지난 9일 구조된 최명석(20)군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모습을 보이자 『어쩌면 저렇게 건강할 수 있느냐』며 감탄했다.
이들은 또 『아직 실종상태에 있는 또 다른 생존자들도 어디에선가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붕괴사고 이후 실종된 딸을 기다리던 유양의 어머니 정광임씨가 『다른 누구보다 침착하게 구조소식을 기다렸었다』고 회상하면서 『유양의 신원이 최종 확인되는 순간까지도 전혀 흥분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침착함이 딸의 생환을 낳은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식사와 음료등을 제공하던 자원봉사자들도 이날 유양의 구조 소식이 전해지자 일손을 놓은 채 『절망을 뚫고 또하나의 기적을 선사한 유양에게 감사한다』며 『유양이 구조되는 동안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양의 생환이후 안타깝게도 추가 사망자 명단이 게재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다시 슬픔에 젖어들었다.
또 백화점 B동 지상 1층 행사매장에 근무하던 이혜정(23)양은 『사고직전 A동 지상 2층 숙녀복 매장에 근무하던 여직원들이 많았었는데 이들 가운데 아무도 구조되지 않았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같이 근무하던 언니, 동생들이 아직도 생명을 간직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텐데 구조속도가 너무 늦는 것 같다』고 발을 동동굴렀다.
○…실종자 가족들은 9일 구조된 최군에 이어 이날 유양이 매몰 2백85시간30분만에 무척 건강한 모습으로 발견되자 사고대책본부가 지금까지 펼쳐온 미온적인 구조자세를 원망하면서 지금부터라도 한층 더 적극적인 구조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종된 딸 김동의(22·1층 모자코너근무)양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김종란(48·여·충남 서산군 지곡면)씨는 『생존자 소식을 들으니 힘이 난다. 딸 아이가 꼭 살아있을 것 같다』며 울먹였다.
붕괴된 A동 지하1층 수입약품부에서 근무하던 딸 조금래(21)양를 찾고 있는 아버지 조위제(48)씨도 『하루빨리 지하 1층까지 걷어내 딸의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양의 생존 소식이 알려지자 붕괴된 A동 구조현장 주변에는 5백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 또다른 생존자의 신원파악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양은 당초 『나 이외에도 3명이 더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조대원들의 작업결과 더이상의 생존자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실종자가족들은 크게 낙담하는 모습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붕괴현장에서 딸의 시신발굴소식조차 없었다는 김모(52·여)씨는 『유양이 살아 있다면 우리딸도 충분히 살아 있지 않겠느냐』며 『제발 우리 딸을 살려 달라』며 구조대원들을 붙잡고 애원하다 끝내 혼절해 주위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리게 했다.
○…백화점 직원 유병연(22)씨의 언니 유경숙(39)씨는 『유양의 생환을 축하하지만 내동생의 소식을 못들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하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 3층 신사복매장에서 일하던 서민선(20)씨를 애타게 찾고 있는 어머니 공금자(46)씨는 『구조작업이 조속히 이뤄졌더라면 최소한 50명은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와 사고대책본부의 늑장 구조에 울분을 터뜨렸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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