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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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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적의 생환이다. 최명석군이 매몰된지 11일만에 구조된 뒤를 이어 이번에는 유지환양이 13일만에 삶을 되찾았다. 극과 극은 상통하는가. 생명경시의 탐욕적 상혼이 가져온 파괴의 현장에서 생명의 존귀함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0세기의 위대한 성자의 하나였던 알베르트 슈바이처박사는 생전에 아프리카 가봉의 밀림에서 그의 철학 생명경외를 실천했다. 『생명은 신비하고 아름답고 존엄하다. 따라서 일체의 생명을 경외하고 존중해야 한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개미 한마리 등을 공연히 꺾거나 죽여서는 안된다』 ◆그가 모든 것을 바쳤던 아프리카 오지의 가봉수도 리브르빌에서 동남쪽 1백50여 떨어진 람바레네병원은 현대식 병원이라기 보다는 원주민부락에 가까웠다는 것. 이곳에서는 정글의 모기와 벌레들이 우글거렸으나 살충제 하나 뿌려지지 않았고 파리채의 사용도 허용되지 않았다. 병원을 확장할 때도 개미집을 무너뜨릴까봐 수없이 공사가 중단되곤 했다고 한다. ◆슈바이처박사는 생명경외를 선·악의 척도로 삼았다. 그는 『생명을 유지하고 촉진하는 것이 선이요, 생명을 파괴하고 저해하는 것은 악이다』했다. 삼풍백화점참사의 희생자는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 각각 2백여명과 2백50여명으로 사상자를 포함, 1천3백50여명이다. 「사고공화국」의 악명이 붙은 우리나라로서도 가공할만한 대참사다. ◆모기 하나 손바닥으로 쳐 죽이는 것도 금지하고 있는 슈바이처박사의 생명경외철학으로 보면 삼풍백화점 경영자는 죄인중의 죄인이다. 검찰은 그러한 그들을 단순히 과실치사범으로 다루려고 한다. 「빨리 빨리」「괜찮아요」 문화의 산물인 우리 사회의 「풍요」는 생명경시를 깔고 있다. 생명경외, 그것이 등불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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