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확인된 집단관재(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확인된 집단관재(사설)

입력
1995.07.11 00:00
0 0

최악의 참변을 빚은 삼풍백화점의 탈법적인 설계변경등을 눈감아줘 붕괴사고의 간접원인을 제공한 전 구청장 이충우씨가 드디어 구속됐다. 서초구청 초대청장인 이씨는 3차례의 설계변경과 가사용을 사후 승인해 주고 1천3백만원의 뇌물을 받아 결국은 관재를 유발케 했다는 혐의다. 그런 구청장을 살림꾼으로 믿었던 구민들의 실망은 어떠하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분노는 어떠하겠는가.수사본부는 또 이씨가 구청장으로 있을때의 도시정비국장, 주택과장·계장·담당등 4명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전 구청장 이씨와 건축업무 계선상에 있었던 이들 공무원은 지난 89년11월 삼풍백화점 4층 2천㎡(6백60평)에 대한 1차설계변경 사후승인 결재과정에서 사례비조의 뇌물을 받는등 3차례 설계변경과 가사용 승인을 해주고 경쟁이나 하듯이 최하 1천만원에서 최고 1천4백만원씩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구청장에서부터 말단 담당에 이르기까지 한통속이 되어 뇌물받기에 혈안이 됐으니 그 백화점이 어찌 안무너질 수 있었겠는가. 기가 찬다.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1차적 의무로 하는 공직자들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직을 부정과 비리의 도구로 삼아 직무유기는 물론이고 탈법조장을 떡먹듯 했던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씨후임 청장들과 관련공무원들도 준공검사와 설계변경 및 용도변경을 둘러싸고 뇌물받기에 급급, 누구하나 건축법을 제대로 적용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돈에 눈이 멀었단 말인가.

사건 사고만 터졌다하면 그 밑바닥에는 하나같이 관계공무원들의 유착과 뇌물챙기기가 있음을 국민은 거듭 확인케 되는 것이다. 공직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이 극에 달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직자들의 봉급수준과 처우가 기업종사자 수준에 못미쳐 그들의 삶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공직이 자신들의 모자라는 봉급을 보전하는 도구와 수단으로 쓰일 수는 없는 법이다.

이처럼 비뚤어진 공직관을 갖고 있어 부정과 비리의 소지가 많은 공무원들을 정부가 발본색원해 공직풍토를 새롭게 마련하지 않는다면 공직자와 업계의 유착을 뿌리 뽑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삼풍과 유착해 붕괴참변의 간접원인을 제공한 서초구의 구청장들과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이번 처단이 모든 공직자들을 새롭게 일깨우고 공직사회를 정화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연쇄적인 붕괴참변을 끝내게 하는 근본적인 방안의 하나임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