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깬 뒤 한때 갇힌 것으로 착각/휴가·운동계획에 행복한 고민/LG·기산·수원전문대 학비지원·특채 약속『자고나니 유명해졌네요』
10일 아침 최명석(20·수원전문대 2년 휴학)군은 생애 최고의 아침을 맞았다. 11일간의 어둠에서 구조돼 처음으로 편안한 밤을 보낸 최군은 밝고 싱싱한 X세대의 모습으로 어느새 돌아왔다.
『천국이 따로 없네요』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답지 않게 구조직후 부모님안부를 묻는 등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던 최군은 이날 아침 여유있는 모습으로 잠자리를 걷어찼다.
『자고 일어나니 모든 것이 바뀐 것 같아요. 마치 「환상특급」을 타고 놀다온 기분입니다』 최군은 보도진에게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 사인을 만들어 보이는 등 자신만만하고 패기가 넘쳐 보였다.
아침에 눈을 뜬 뒤 순간적으로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최군은 『침대옆에서 후배가 손을 잡고 있었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아름다운 추억들을 억지로 떠올려야만 했던 매몰당시와는 달리 최군은 이제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여자친구와 여름휴가는 어디서 보낼까』 『맘껏 농구도 해야지』 『시원한 맥주도 먹고 콜라도 실컷 마셔야지』 『운전면허를 빨리 따야 할텐데』등이 최군이 생각하는 것들이다.
최군은 밤새 곁을 지킨 누나에게 『이제 미음대신 밥을 먹고 싶다. 무엇을 먹어도 소화할 자신이 있다』며 『그동안 나때문에 고생했는데 퇴원하면 술을 한잔 사겠다』고 말했다. 지독한 농구광이기도 한 최군은 『퇴원 후 친구들과 농구를 해보면 내 몸이 진짜 예전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에 넘쳤다.
『친구들과 동네 형들에게 체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최군의 얼굴은 죽음과 맞서 싸운 투사라기 보다는 장난기를 채 벗지 못한 천진한 젊은이로 비쳤다.
아침식사를 맛있게 끝낸 최군은 자신의 기사와 사진으로 가득찬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은 뒤 『언론이 마치 내가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보도해 부담스럽다』며 솔직한 마음의 일단도 털어 놓았다.
그러나 『단지 살아나왔다는 사실이 이 복잡한 세상에서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며 되묻는 최군의 모습은 꾸밈없고 개방적이지만 자신에 넘친 X세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편 최군이 다니는 수원전문대는 졸업때까지 전액 수업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고, LG건설 황상모 부사장 등 임원들이 최군을 방문, 남은 학기간 학비지원과 특채를 약속했다. 또 기산의 이신행 사장은 이날 최군에게 장학금과 입사예정증서를 전달했다.<염영남·박일근 기자>염영남·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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