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광기의 시대」라고 부른 문학인들이 있었다. 권력에 대한 광기로부터 막이 열려 치부에의 광기로, 성에의 광기로 나아갔던 시대라는 것이다.모럴보다는 욕망을 좇았던 80년대적 광기를 치유하고 광정 하는데는 큰 희생이 따랐다. 많은 순수한 젊은이들 역시 광기와 같이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민주화 운동 속에 분신자살하기도 했다.
성에의 광기를 설명하자면 「인신매매단」「가정파괴범」이란 을씨년스런 말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90년대 중반에 이른 지금 이 말들은 잊혀져가는 말이 되고 있다.
붕괴된 삼풍백화점은 우리 사회의 고삐 풀린 시대였던 80년대의 마지막 해인 89년에 문을 열었다. 그 후 6년 동안 호화롭고 사치스런 모습을 뽐내다 수백명을 제물로 삼고 흉측한 입을 벌린 채 서 있다.
붕괴 직후 TV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TV를 통해 사고의 참상과 구조대원의 헌신적인 모습등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또한 구조된 사람에게서 확인되는 생명의 고귀함,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커다란 슬픔등에 공감할 수 있었다.
PC통신에는 TV관계자와 구조대원의 노고를 치하하는 글들이 많이 실렸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은 구조활동을 방해하는 TV중계팀을 비난하는 글이었다. 그 글들에 의하면 TV중계자들은 「사람이 들고 다니는 무인카메라」등을 가지고 가뜩이나 좁은 구조통로를 막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라 구조대원과 다퉜고, 희생자가 나왔을 때 담요를 걷고 카메라를 들이댔으며, 앰뷸런스의 출발을 지연시키고도 경쟁적으로 자기회사 자랑을 했다.
그 글들은 「TV가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가 피해자의 살 권리 보다 중요한가」를 준엄하게 묻고 있었다. 많은 선진국의 경우 언론의 보도기준에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도행위가 인명구조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또한 경찰서와 소방서가 출입통제선(폴리스 라인)을 설치해서 언론과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다.
구조행위를 돕기 보다 방해하면서까지 보도경쟁에 몰두해 있는 TV중계팀을 보면 80년대적 광기의 한 자락이 느껴진다. 안심할 수 있는 건축문화와 함께 성숙한 보도문화가 세워져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문화 2부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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