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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과 다른길 「운명의 두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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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과 다른길 「운명의 두 여인」

입력
199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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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3녀 둔 73세 노파 외손주 선물 사려다…/이양 무선호출기선 “행복하세요” 메시지만붕괴참사 열하루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최명석(20)군과 콘크리트더미에서 함께 생존해 있다가 자녀들 걱정을 하며 끝내 숨진 여성은 장이전(73·서울 서초구 방배2동)씨로 10일 밝혀졌다.

9일 하오 3시께 최군이 구조된 현장 주변에서는 이승연(25·삼풍백화점 도자기코너직원)씨의 시신이 발굴된데 이어 하오 4시30분께 장씨와 신원을 알수 없는 20대여성 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이중 장씨가 최군이 말한대로 1남3녀의 어머니로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장씨의 자녀들은 이날 하오 실종된 어머니가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밤새 슬픔에 잠겨있었을 뿐 매몰현장에서 최군과 함께 한동안 생존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러다 10일 아침 신문을 통해 최군이 『막내딸이 30대인 1남3녀를 두었다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함께 있다가 결국 숨졌다』고 말한 것을 보고 『우리 어머님이 틀림없다』며 또 한번 통곡하고 말았다.

공사현장에서 몸을 다쳐 4개월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던중 몸도 추스리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온 외아들 박동호(46·노동·전남 광양시 칠성구)씨는 『평소에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시더니 칠흑같은 매몰현장에서도 우리걱정만 하시다 끝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씨는 사고 당일 막내딸 정희(38·전북 정읍시)씨의 집을 가기위해 외손주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삼풍백화점에 들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장씨는 부농집안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어렸을 때는 몸종 둘을 거느릴 정도였으며 16세때 결혼한 남편과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막내딸 정희씨를 낳자마자 남편과 사별한 뒤 여자 혼자몸으로 4남매를 키우며 온갖 풍상을 겪어야 했다. 유난히 올곧은 성격의 장씨는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에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서울에서 혼자 생활했다.

영안실에서 영정을 붙잡고 두번이나 통곡해야 했던 가족들은 『구조대가 조금만 빨리 손을 썼더라도 어머님을 구할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부짖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장씨의 시신이 안치된 삼성의료원영안실에는 최군과 함께 있다 숨진 이씨의 영정도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불과 한칸 거리인 생사의 갈림길을 실감케 했다. 결혼할 때 이씨가 통장을 털어 보탰다는 큰오빠 영국(30)씨는 발랄했던 동생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무선호출기 음성서비스를 자꾸만 눌렀다. 『저 승연이에요. 행복하세요』<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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