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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기적 일어나길…”/실종자 가족 애타는 1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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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기적 일어나길…”/실종자 가족 애타는 12일째

입력
199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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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군 가족자리 「효험있는 명당」 소문나/장대비에 텐트침수 “대책본부 뭐하나” 분통○…서울교대에서 12일째 실종된 가족의 생존과 시신발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1천여명의 가족 친지들은 10일에도 최명석(20)군의 극적 생환을 화제로 올리며 「제2의 기적」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족들은 『최군의 생존은 어디까지나 기적이자 천운이 낳은 것』이라며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심쩍어하는 안타까운 분위기였다.

○…11일만에 생환한 최명석군의 가족이 사고후 줄곧 자리잡고 지켜온 삼풍주유소앞 우측 한켠이 「명당」으로 통하고 있다. 최군 구조이후 이곳은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효험이 있는 자리」로 소문나면서 실낱같은 희망과 애환을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일부터는 유용구(43·여·국립의료원 간호과 직원)씨가 정성에 감동된 주유소측으로부터 이 자리를 물려받아 실종된 언니 현자(53)씨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유씨는 사고직후부터 매일 퇴근한 뒤 바로 주유소로 달려와 언니의 소식을 기다리며 현장 남쪽 국립의료원 센터에서 약을 타다 환자들에게 보급해 주는등 열성적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현자씨는 삼풍백화점 환경미화원으로 지난 1일 극적으로 구조된 미화원 24명과 사고당일 업무교대를 위해 백화점에 들어갔다 사고를 당했다.

유씨는 『최군의 구조소식에 언니가 되살아온 것처럼 기뻤다』며 『실종자 가족 모두가 최군과 같은 기적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젖은 목소리로 실종자들의 생환을 고대했다.

○…실내체육관 주변에 가족단위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고 있는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10일새벽 억수같이 내린 비 때문에 텐트속이 젖는등 기거환경이 더욱 열악해지자 사고대책본부의 무심한 처사에 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경모(35·강원 춘천시)씨는 『혈육을 찾기 위해 가정과 직장을 버려둔채 달려온 가족들에게 조립식 천막이라도 설치해 주지도 못하는 사고대책본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교대 곳곳에 붙어있던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을 담은 벽보가 밤새 내린 장대비로 내용을 알 수 없게 얼룩지거나 떨어져나가자 가족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인근 문방구에서 종이와 풀을 사오거나 벽보에 다시 붙일 사진을 복사하는 등 분주한 와중에서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에 하늘도 노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폭우를 내린 것』이라며 백화점관계자에 대한 엄벌과 대책본부의 성의있는 구조작업을 촉구하기도 했다.<김성호·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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