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훈훈… 판박이 도식성 약점도주말극 「젊은이의 양지」(KBS 2TV, 조소혜 극본, 전산 연출)는 반 신세대적이다. 감각적인 대사나 영상의 현란함도 없다. 호흡은 느리고 칙칙하기조차 하다. 내용도 연속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세 남녀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에서 맛보기 어려운 진한 정서가 곳곳에 배어있다. 20∼30대의 젊은층부터 나이든 시청자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드라마가 지닌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의 양지」는 첫출발이 80년대 중반의 광산촌인 점에서도 읽을 수 있듯 도시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한 인간들이 구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그리워지는 끈끈한 정이 있다.
무조건 친구를 믿는 맹목적인 우정(인범과 윤배 사이)도 있고, 정박아인 소년(수철)의 천사같은 정신세계를 사랑하는 맑은 마음도 있다. 또한 자신을 팔아먹은 스승을 원망하기보다 끝까지 그를 믿어 주는 의리도 그려진다. 소매치기 현지와 부랑아 인호의 투명한 사랑, 이들을 감싸고 도는 고아소년의 훈훈한 정도 시청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도식성」이라는 약점이 있다. 연출자 자신이 『화려하게 변신하고자 하는 세 젊은이의 얘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미국영화의 제목(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A PLACE IN THE SUN」)을 따왔다』고 인정하듯 40여년전의 문제의식을 답습하고 있는 점이다.
부유한 친구의 여동생을 야망달성의 수단으로 삼지만 결국은 파멸하는 전개방식도 종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방식이다.
권투선수로 나오는 허준호, 소매치기의 페이소스를 그럴듯하게 표현해 내는 이지은, 박상민 등 출연진의 호연과 바닥에 깔린 훈훈한 정서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크게 돋보이지 못하는 것은 소재의 도식성 때문일 것이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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