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대형 참사, 각종 사고, 질병등으로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그런 불행을 당했을때 그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준다는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이 크고 충격적일수록 적절한 인사를 하기가 더 어렵다.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천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고, 그 가족이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희생자나 가족을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 엄청난 불행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걱정만 하는 사람이 많다. 한 모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화를 하기도 찾아 가기도 조심스러워 가만히 있으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들 말했다.
가족을 잇달아 사고로 잃은 사람, 결혼날짜를 눈앞에 두고 아들·딸을 잃은 부모, 딸과 외손녀·며느리와 손자를 함께 잃은 사람, 아내와 자녀를 잃은 사람, 딸 셋을 한꺼번에 보낸 부모, 약혼자를 잃은 젊은이… 그들을 도대체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불행을 겪어 본 사람들은 대개 문상객이나 위문객들로부터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 아웅산 참사로 남편을 잃었던 한 부인은 뜻밖에도 『고교동창들의 문상을 받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동창들은 흉허물이 없기때문에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묻곤 하는데, 같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다 보니 목이 아플 정도였고, 평소에 별로 왕래가 없던 동창들이 상복을 차려입고 몰려올 때는 부담스럽기까지 했다고 그는 털어 놓았다.
사람들은 각기 성격에따라 불행을 이겨내는 방법이 다르다. 어려운 일을 당할수록 혼자있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친구와 친척들에 둘러싸여 힘을 얻는 사람도 있다. 위로받는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고, 위로가 적다고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다. 불행을 당하여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위로를 동정으로 받아들이거나 곡해할수도 있다. 반면에 따듯한 말 한마디, 말없이 꼭 잡아준 손, 나중에 보내준 위로의 편지나 도움이 될만한 책 한권에서 두고두고 힘을 얻었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의 불행을 위로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복잡해지고, 오가는 마음이 순수성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로없는 불행처럼 참담한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삼풍사고로 불행을 당한 이들은 전화도 방문도 편지도 차마 못한채 많은 이웃들이 마음으로 보내는 위로, 함께 눈물 흘리는 온 국민의 성원에서 힘을 얻었으면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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