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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상표 애착증’(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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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상표 애착증’(프리즘)

입력
199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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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의 일류 선호도는 가히 세계급이다. 옷차림부터 소위 「메이커」나 「제」가 아니면 축에도 끼질 못한다. 입가진 어른마다 『요즘 애들은 유명상표 아니면 걸치질 않는다』고 혀를 찬다. 그럴만도 한 것이 검소함과 활동성이 앞서야할 운동화·티셔츠·청바지조차 돈색깔이 돌아야만 티가 난다는 소리를 듣는다.어디 「애들 옷」만 그럴까. 와이셔츠는 물론 넥타이와 허리끈, 심지어 양말에까지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문짝만한 상표가 붙어있어야 남들에게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양복 뒷덜미나 호주머니에 상표 박아서 다니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새롭고 이상하다 싶은 건 더듬어보면 대부분 물건너 온 것일 테지만 「상표 애착증」만큼은 미국에서 건너가지 않은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메리카 합중국의 패션 일번지라는 뉴욕 맨해튼에서 상표박힌 와이셔츠니 넥타이니 양말이니 허리끈을 하고 다니는 미국사람을 아직 본 적 없다.

물론 뉴요커들도 고급 좋아하고, 디자이너 패션제품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제품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재고로 남은 유명 디자이너 상품들을 모아 저렴하게 파는 팩토리 스토어(Factory Store)나 아웃렛(Outlet)을 가보면 언제나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상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일부 캐주얼 의류를 제외하곤 상표가 바깥에 붙어있는 제품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된다. 정장류에 속하는 제품은 특히 상표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일종의 금기사항처럼 돼 있다.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우습고도 씁쓸한 것은 이곳에 들르는 한국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상표가 떡하니 밖에 달려있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품이 아니라 상표를 보고 옷을 사는 우리의 습성은 무슨 대학을 나왔느냐로 출세 사다리의 높이와 크기를 결정하고 어떤 자동차를 타느냐로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위치를 측정하는 일류 중독증·외형 중시증의 또다른 단면이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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