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실세 3인방」 법정에 섰다/트리뷴지 “왕조정치 ”보도에 격분… 명예훼손 소송 제기싱가포르 리관유(이광요) 전총리와 고촉통(오작동) 현총리 및 이전총리의 맏아들이자 현부총리인 리셴룽(이현룡)씨등 3명의 싱가포르 최고위 정치인들이 한 법정에 동시에 서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싱가포르에서 최근 벌어졌다.
이 소송의 발단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가 작년 8월 게재한 「소위 아시아적 가치관은 검증에 견디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기사. 이들 3인은 이 기사에서 싱가포르가 「왕조정치」로 지칭된데 격분, 이 신문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비록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이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사과기사를 게재했지만 이들은 트리뷴지의 사과기사와는 관계없이 고소했다.
이들 3인은 최근 열린 재판에서 분노에 찬 진술을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자신들이 열어놓은 재판에서 자신들의 입으로 항변해야하리만큼 「왕조정치」문제는 싱가포르 정치의 아킬레스 건.
이전총리는 90년 31년간 싱가포르의 권좌에서 물러나 오씨에게 총리직을 물려주었다. 당시 이전총리의 큰아들 리셴룽씨는 부총리에 발탁, 차기총리후보로 꼽히는등 서방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방언론은 이를 두고 「이왕조」 「가족정치」등으로 묘사했고 오현총리의 존재는 다소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강했다.
이전총리는 법정에서 『이유없는 비난이다. 반론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이 무로 돼 버린다』고 분노하면서 『싱가포르는 서방언론 특히 미국언론에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등 구미언론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오총리도 법정진술에서 『이부총리는 리광야오 전총리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부총리에 선택됐다. 능력주의와 청렴결백이라는 싱가포르정부의 2대지주에 대한 공격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정에는 신문사의 책임자들은 나타나지 않아 변론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 3인의 비난장이자 변론장이 되고 있다. 재판은 앞으로도 원고측 증언만 있는 「독백의 재판」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부총리의 동생은 지난해 군에서 나와 실업계에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정부산하 통신회사의 사장으로 승격했다.
이는 이부총리가 3년전 악성임파종으로 건강이 불안하자 이에 대비하려는 이전총리의 의도라고 분석하는 소식통도 있다.
어쨌든 이번 소송으로 이전총리는 자신의 속셈을 보다 명백히 나타내 보여준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