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치잘린 감나무는 참사에 짓눌린 우리의 모습인양…최근들어 우리나라에 이어서 일어나오고 있는 그 대형사고들―아현동 가스폭발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 가스폭발사고, 또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등을 아울러서 느끼며 생각해보며 밤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나는 저절로 「어떤 사람들이 이 나라의 현장들을 맡으면 이 나라가 안전하고 평화할 수 있을까?」를 곰곰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다가 내가 주목해 거듭 읽게 된 게 새로 나온 여류시인 이경씨의 첫 시집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이었는데, 이런 마음이면 이 나라의 그 그럭저럭하다가 늘 처참하게 당하는 무주공산상태를 잘 극복해낼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 시를 여기에 소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오늘 여기 소개하는 「감나무가 섰던 자리」에서도 잘 나타나 보이는 것처럼 그녀는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 시인의 사랑으로써 철저히 사랑하되 그 현재의 현상만이 아니라 그 역사적인 과거까지를 아울러서 뼈아프게 사랑하여 이걸 마음을 다해 바르게 지켜가기에 여념이 없어 보이니,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야 되겠다」고 안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시에서 둥치가 잘린 감나무를 무척은 애석하게 느끼고 섰는 이 글의 작자 이경씨는 지리산속의 산청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래 그런지 이 시 속에 자세히 나타나는 마음의 씀씀이는 그 지리산의 산신녀의 마음씨와도 많이 공통되는 데가 있는 것같다.
「무슨 밤이 삼단같이 깊었을까/어디로부터 그 많은 갈가마귀떼는/반딧불 무리는/물총새는 왔다 간 것일까/왔다 간 것일까 누가 죽은 혼으로/참나리꽃 비비추 으아리꽃은 피고 진 것일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입모습에서는 늙은 산신녀는 아니겠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소녀 산신녀의 모양이 아련히 보여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이 시의 마지막에서 말하고 있는 「쑥대밭도 비루먹은 산천」을 끝까지 지켜낼 사람들은 그녀같은 사람들일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만이 거듭 든다.
<등가죽이 툭 꺼진 소가 빵빵하게 배를 채우는 그 시간동안 정강이가 시린 아이 하나 산새처럼 앉아 있지 오도마니 무릎을 감싸 안고 내려다보고 고무신 뚫고 나온 하얀 발가락 빈 뱃속 가득 뻐꾹새 울어 하늘 명치끝에 숨이 닿게 지친 해도 꼬박 산을 넘는다 달개비 푸른 꽃으로 밤이 피어나 먼 산마을 오르는 저녁연기를 우리 소는 되새김질로 휘휘 감아 삼키고>등가죽이>
위의 시는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이라는 그녀의 시이거니와, 결국은 이런 자연과 인생의 아슬하고도 서럽고 또 그리운 온갖 조화에 잘 통하는 사람들만이 이 나라의 모든 애로도 그 사랑의 이해력으로 바르게 잘 이끌어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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