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여년 전 일본 도쿄(동경)에서 열린 세계 펜클럽대회 때 당시 회장이었던 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짤막한 개회사를 한 적이 있었다.『회원 여러분! 저는 며칠 전 저의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아가 이번 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게 됐는데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말은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그저 회원들의 얘기나 조용히 경청하고 있는 것이 열 마디를 하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난 오늘 그 친구의 그 명언대로 아무 말 않고 대회가 다 끝날 때까지 그저 여러분의 그 귀중하고도 소중한 말씀에 시종 귀를 기울이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연단을 내려섰다는 것이다.
누가 만일 필자에게 삼풍백화점 대형참사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해 달라고 한다면 필자 역시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할 수밖엔 없을 것같다.
아시아나여객기 추락, 위도 서해훼리호침몰,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참사등등…. 수없이 많은 사고를 보고 들어왔는데 거기다가 또 무슨 말을 어떻게 더 한단 말인가?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 첫 머리에 나오는 말처럼 거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한다는 그 자체부터가 「만월의 밤 개짖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같아 아예 마냥 입을 봉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구태여 꼭 한 가지 꼬리를 단다면 이번 붕괴사고를 계기로 대형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형 아파트에 대해서도 보다 철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내 자신과 내 영혼만은 절대로 부실공사가 아니라고 호언장담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부터 다시 한번 재점검해 볼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이진수 연극배우>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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