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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서 보는 한국인/정일화(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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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서 보는 한국인/정일화(메아리)

입력
199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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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는 지난 4, 5일 이틀간 방콕에서 일본 요미우리(독매), 태국의 더 네이션지, 호주의 더 오스트레일리언지와 공동주최로 「아시아로부터의 메시지」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을 가졌다.서울에서 이 회의 참석이 결정되었을때 우선 고민되는 것이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었다. 어떤 형식으로든 이 삼풍백화점참사가 튀어나올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서 더러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명답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회의장에서는 물론 태국인들을 따로 만났을 때도 백화점사고는 화제로 잘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변죽을 울리면 뉴스는 알고 있다는 정도의 대답을 하곤 했다.

방콕은 10년전에 비해 고층빌딩이 10여배는 더 늘었고 교통혼잡은 20여배쯤 더해진 것 같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10년전이 1백이라면 80쯤으로 낮아졌다. 무조건 부러워하고 좋아하던 방콕사람들이 대한국관이 조금씩 시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너무 급하다든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깔보는 민족, 역사를 잊어버리는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었다.

한국인은 남을 판단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을 판단하는데도 조급하다고 할 수 있다. 백화점 붕괴뉴스도 서울에서 이 사건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 만큼 태국에서는 그렇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방콕에는 한국인이 골프장에서 캐디를 때리고, 여성관광객이 나룻배 운전사의 뺨을 쳤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태국 왕실은 6·25가 오면 성대한 기념식을 갖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6·25때 태국이 두번째로 빨리 한국에 군대를 파견했고 2천여명의 전사자를 낸 것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다.

한국인에게 남을 얕잡아 보는 민족, 역사를 잊는 민족, 조급한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붙어가는 것이 삼풍백화점 붕괴뉴스가 퍼지는 것보다 확실히 한국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방콕에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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