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 후 증축 편법경우 금액 훨씬 커져/액수 적으면 하자없어도 끊임없이 꼬투리/신도시 대부분 해사·물탄 레미콘으로 시공재벌급 건설업체의 현직 임원(상무)인 A씨는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건설업체와 공무원 사이의 유착관계는 워낙 뿌리깊고 건축과정에서의 비리가 결국 부실공사로 연결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신도시아파트의 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A씨의 경험을 그의 증언을 통해 들어본다.
▷뇌물관행◁
건설업체가 아파트나 상가등을 지을 경우 구청 주택과에 바치는 뇌물액수는 공사규모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공정가」라는 게 있다. 일종의 기준인 셈인데 이는 건축상에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경우에도 주는 기본금액이다.
예를 들어 1천세대 이하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입지심의(법규검토 및 현장조사)건축심의사업승인(건축허가) 등의 과정마다 주무과인 주택과에 1천만원정도씩을 준다. 건축심의 과정에서는 건설관리과나 수도사업소등 유관부서에도 1백만원정도의 금액을 전달한다. 준공검사 때는 5백만원정도를 전달하지만 소방서등 구청 외에도 줘야 할 곳이 많다.
설계변경이나 용도변경, 가사용승인등의 과정에서는 케이스별로 금액이 달라진다. 삼풍의 경우처럼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기 위해 일단 건축허가를 받은 뒤 증축을 하는 식으로 편법이 사용됐을 경우 금액단위가 커진다.
주택과로의 뇌물 전달은 통상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계장에게 금액을 전부 주면 주택계장이 알아서 분배하는 방식이다. 주택계장이 「총대를 멘다」고 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과장도 묵인한다.
또 다른 방식은 실무직원 따로, 주택계장 따로, 주택과장 따로 주는 식이다. 이 경우에는 실무직원에게 가장 많은 금액을 주고 상급자로 갈수록 금액이 적어진다. 물론 두가지 방식 모두 도시정비국장이나 구청장에게도 별도의 금액을 주는데 인사치레 형식으로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유착관계◁
이렇게 해서 몇백세대 정도의 사업에 들어가는 뇌물액수는 줄잡아 1억원에 이른다. 뇌물액수가 적을 경우 관련공무원들은 끊임없이 꼬투리를 잡는다. 서류를 다시 해오라, 진입로가 좁아서 승인이 어렵다는 식이다. 관련 법규를 갖다 주어도 막무가내일 때가 많다. 아예 노골적으로 『법은 법이고 승인은 내가 해준다』고 말하는 실무자도 있다.
뇌물 없이는 제아무리 합법적인 사업도 승인이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후 설계변경이나 용도변경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건설현장에 나와 시공과정을 제대로 검사하는 공무원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물론 유착의 첫번째 고리는 사업주가 법을 위반하고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손쉽게 건설하려는데 있다. 그리고 이를 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거꾸로 이같은 불법과 편법행위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사업주는 이같은 유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러자니 제대로 된 자재를 쓰지 않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당초의 설계보다 면적을 더 넓히면서 부실공사의 싹을 만드는 것이다.
▷신도시 부실◁
신도시 아파트 건설에 참여한 회사의 주택사업담당 임원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실시공을 우려하면서도 이미 분양을 했으니 짓는게 급선무였다.
신도시 아파트치고 바닷모래와 쇄석골재(쪼갠 돌), 중국산 시멘트를 쓰지 않은 게 거의 없을 정도였다. 레미콘 업체에서 가져온 레미콘은 「물타기」가 워낙 심해 차에서 쏟아부으면 주르르 흘러버릴 정도로 수축력이 약했다. 철근은 규격에 미달됐지만 그나마도 웃돈을 주고 가져오는 형편이었다.
15층짜리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당 2백40㎏은 돼야 하는데 20층짜리 아파트의 콘크리트도 강도조사에서 1백70∼1백80㎏밖에 안나온 경우도 있었다. 91년 여름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시공이 문제가 되자 건설부와 감사원까지 나와 현장사무소에 콘크리트 강도실험을 위한 실험실을 차리기도 했지만 석달쯤 후에는 대부분의 현장에서 실험실을 없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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