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7일 국회에서 한 연설이 장안의 화제다. 『대통령은 왜 JP를 쫓아내어 이 망신을 하지요』 『불사조 JP의 저력을 느끼겠더군요』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얻고 나서 한풀이는 한 수 높게 하던데요』 『민자당 총재일 때는 YS를 깍듯이 모시기만 하고 왜 그런 훌륭한 조언을 안했답니까』 『34년전 쿠데타 주체의 설교를 듣고 있다니 도대체 우리 정치는 지금 몇시입니까』… 곳곳에서 한마디씩 하고 있다.아무튼 그의 연설은 들을 만했다. 우선 그가 어느 정도로 김영삼 대통령을 비판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사람이 손을 굳게 잡고 「구국의 신념」으로 민자당을 창당하고, 그 당의 후보로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되었음을 잊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당에서 밀려난 김종필씨가 이번 선거에서 재기한 후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해 했다.
그는 차근차근 「대통령에게 드리는 충정의 말씀」을 이어갔다. 김영삼 정부는 1공에서 6공에 이르는 역사위에 존재하는 것인데 과거를 모조리 부정하는 것은 독선적인 역사왜곡이라는 것, 한국의 민주화는 특정인이나 집단이 아닌 온국민의 피땀으로 이룩됐으며 경제성장이 밑받침이 되었다는 것, 현정부는 혁명정권이 아니므로 독단과 전횡이 아닌 순리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이 원칙없이 조급하게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등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에는 옳은 말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옳은 것도 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18년의 개발독재를 통해 이룩한 경제성장이 한국의 근대화는 물론 민주화를 이룩한 원동력이었다고 외치고 있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박정희 유산의 상속 적자로 나선 그가 앞으로 어떤 정치역정을 이어갈 것인지는 국민의 심판과 김영삼 대통령의 역량에 달려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세대교체를 주장해 왔지만, 그것이 결코 인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3김」중 한사람인 그가 과거의 동지고 적이고 경쟁자였던 「2김」의 퇴진을 왜 그처럼 집요하게 주장하는지 우리는 속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대한 그의 신념이 아무리 옳고 강하더라도 그가 남은 임기안에 통치업적으로서 「2김」바람을 극복하지 못하면, 「2김」의 등장을 막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김종필 총재의 연설에 상당부분 동조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삼십년을 뛰어서 1961년으로 돌아간다는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역사를 앞으로 가게 하느냐,뒤로 가게 하느냐 라는 과제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매우 크다. 대통령은 원론적 주장이 아닌 실천과 업적으로 세대교체를 밀고가야 한다. 오늘 김종필 총재의 연설을 들으며 착잡해하던 사람들이 내일 그에게 투표한다해도 대통령으로서 반대하거나 비난할 길이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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