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최고통치권자가 유고된후 최고위직을 1년이나 비워 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경우 김일성이 사망한지 1년동안 소위 「유훈통치」라는 이름아래 김일성의 망령이 통치해 오고 있는 것이다.김정일이 권력을 서둘러 승계하지 않은 배경에는 여러가지 해석을 낳게 한다. 겉으로는 극심한 효성과 주민들의 애끓는 추모의 정서때문이라고 하나 김일성과 같은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신화적인 지도력이 결여한데다 권력 내부의 설득이 필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일체제가 과연 변화해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할 경우 어떤 방향으로 시도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현재 북한은 최대 당면 목표를 경제난과 고립을 면키 위해 미·일과의 관계개선에 두고 북·미핵합의와 경수로협상합의등을 관철시켰으며 이어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정전체제를 해체, 미군철수를 위한 새평화체제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대남정책에 관한한 지난 1년간 강경일변도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협상 등에서 남한을 철저히 배제하고 금년초 이례적인 각 신문의 공동사설을 통한 김정일의 신년사에서 시사했듯 3대통일원칙과 고려연방제남한적화를 목표로 하는 10대강령을 분명히 내세웠다. 실천적으로는 김영삼정부에 대한 비방과 타도투쟁등 대남선동과 함께 경제협력과 쌀지원 등은 허용하는 양면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한마디로 적화·교란전략은 확고하되 실리는 취한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에 대해 우리정부의 정책은 지난 1년간 중심을 잃고 표류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침략의 전범인 김일성사망직후 분명한 정부입장을 늦춰 공연히 조문시비의 빌미를 준 셈이 됐고 핵합의와 경수로협상에서 겨우 체면을 유지했으며 최근의 쌀지원만 해도 쌀문제로 마치 대북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다는 안이한 자세아래 비밀협상끝에 부작용만 초래한 것이다.
더욱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는 것은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일단 유보된 것이지만 당장 만족하게 타결할 의제도 분위기도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먼저 운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로서는 핵과 경수로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관철하고 북한이 화해자세를 보일 때, 대남적화야욕을 포기할 때, 경제협력과 쌀등 생필품 지원을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시간을 두고 심어주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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