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계와 전면전 이르다” 수위 조절 6일 이기택 민주당총재의 대표연설에서 관심의 초점이 된 대목은 지역등권론과 지역분할구도에 대한 이총재의 공세수위였다.
당내 동교동계와 반DJ(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세력이 정면대결하고 있는 이들 문제에 대한 이총재의 대응방식은 향후 그의 거취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총재는 일단 「전면전」은 피해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분할현상과 지역정당화를 비판했지만 전체적으로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 등권론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도 않았고 당초 문안에 포함돼 있던 내각제개헌론에 대한 반박도 5일밤 마지막 원고손질과정에서 이총재가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민을 상대로 한 대표연설의 성격상 당내 파워게임같은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이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따라 동교동계도 『선거결과가 민주당의 대승, 민자당의 참패라는 의미규정을 보다 명확히 했어야 했다』는 일부의 불만제기에도 불구, 대체로 『크게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총재의 측근들은 『공세수위조절은 당내외 상황을 고려한 나름의 원려를 깔고 있다』며 『당분간은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것이 이총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 정국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되 동교동계에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총재측의 한 의원은 『지금 몸이 다는 쪽은 김대중이사장의 직할체제 구축이 시급한 동교동계』라며 『전당대회와 정기국회등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당에 잔류하면서 전당대회의 총재경선에 나서고 만약 패배할 경우에도 비주류로 남아 내년 총선정국을 기다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당장 어떤 「결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세력과 명분이 모두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탈당을 한다해도 이총재와 같은 배를 탈 의원들이 극소수인데다 한창 상승세를 타고있는 당을 이탈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더욱이 총선은 9개월이상 남은 상태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총재진영은 동교동계 일각의 신당설에 대해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는 발상』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동교동계의 공세강도를 보면서 홀로서기를 겨냥한 세와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이총재의 시간벌기전략 앞에서 동교동계의 「선택」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이총재 연설 요지
6·27지방선거는 현정권에 대한 심판의 기회가 됐지만 동시에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흑백인종문제를 치유하고 있는데 한 민족인 우리는 지역적으로 분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 총체적 이해를 대변해야할 정당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를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우리 정당의 지역정당화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국민통합과 국가안정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분열과 불안·위기의 진원지가 된다면 정치는 존재의미를 잃게 될것이다.
과거 30년간의 정치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정치였다면 지금부터의 정치는 민주화를 정착시키고 국민의 변화욕구에 부응할수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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