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위험을 사전에 알고도 고객과 직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된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등 4명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나 상해죄를 적용, 기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들이 백화점 영업허가, 설계변경, 증축허가등을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해왔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과거 백화점 건축과정에서 저지른 비리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붕괴 수시간전에 취한 행동은 가증스러울 만큼 비도덕적이고 비겁한 것이었다.
사고 당일 상오 8시부터 백화점 5층 천장이 5∼10㎝씩 내려앉고 상오 11시부터는 5층 천장의 균열된 틈새에서 물이 쏟아지면서 바닥이 가라앉았는데도 하오 1시부터 식당가 영업을 재개했다.
하오 5시40분이 되자 4층 기둥과 천장부분이 갑자기 내려앉고 바닥이 흔들려 손님들이 대피하기 시작하자 모든 임직원들은 밖으로 빠져나오기에 급급했을뿐 누구도 고객대피를 위한 안내방송을 시도하지 않았다. 참으로 통한스러울 인륜의 실종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 방송 한마디에 수백명의 무고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위도 페리호 침몰사고때 선장이 선박침몰전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고 소문이 나돌아 유족들이 불명예에 시달리다 선장의 시신이 인양되면서 명예를 찾았던 사건을 기억하면 지금의 분노어린 국민감정은 쉽게 짐작이 간다.
삼풍백화점 소유자와 임직원등은 배로 비유하면 선장이나 마찬가지이다. 법에서도 이같은 지위를 가진 관리자는 건축물로부터 타인의 법익을 침해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의무를 자연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규범이라 불러도 좋고 신의성실상의 원칙이라 해도 좋은 「작위의무」이다. 이 때문에 국민법감정은 법조문상 금고5년이 최고형에 불과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나 상해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그들의 행위에 살인죄를 적용해도 부족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어려운지도 모른다. 그들의 행위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설마」에 해당되지 이른바 미필적 고의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그럴 수 있을거야. 그러나 아무튼 좋아」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붕괴직전 상황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만큼 임직원들의 인식이 일정 정도 붕괴를 예상하고 그로 인해 살상사태가 발생해도 수습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마땅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상해죄에 해당된다.
결국 임직원들의 주관적 의사는 여러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객관적 정황을 토대로 추산되므로 붕괴직전 정황이 불투명하다면 마땅히 살인죄나 상해죄, 예비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적극적 조치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설령 삼풍백화점 임직원들에 대한 죄명이 최종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국한되더라도 많은 인명이 살상된만큼 가중처벌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 경우 이들에 대한 법정최고형은 금고 5년이 아닌 금고 7년6월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미비한 처벌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부실공사벌칙강화를 골자로 한 특별법등을 제정,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법은 구속된 삼풍백화점 임직원들에 관한 법은 아니다. 사법당국은 이들에 대해 응당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구형·판결함으로써 상처입은 국민적 배신감을 달래고 찢겨진 정의감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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