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 살인죄 법적뒷받침 찾기 안간힘/증거주의·용의자권리 존중 법체계 걸림돌 미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탄 테러범들에 대해 미 사법부는 어떤 심판을 내릴 것인가. 재닛 리노 미법무장관은 최근 1백67명의 일반 시민, 특히 유아들이 대거 희생된 폭탄테러사건의 범인들은 마땅히 사형에 처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인 리노 장관의 발언은 국민의 법감정과 궤를 같이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의 막연한 분노와는 달리 법률적 무게도 실려 있다.
폭탄테러사건이후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서부터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범인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일종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게 사실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대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 4월 19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범인들을 신속하고도 가혹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원도 연방검찰에 대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행정·입법부의 의지와는 달리 「범인」을 극형에 처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철저한 증거주의와 피의자의 법률적 권리를 존중하는 미국의 법체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사건발생 이틀만에 검거한 티모시 멕베이를 폭파범으로 기소, 범행전모를 추궁하고 있으나 그는 철저히 묵비권으로 맞서고 있다. FBI는 더욱이 최소한 2명 이상이 가담한 이 사건의 주범이 멕베이인지 아니면 제3의 배후인물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며 「확실한 용의자」라고 단정한 멕베이조차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1천여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책임자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실정법체계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과 비슷한 딜레마가 존재하는 것이다.
리노 장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극형 처벌을 재강조, 용두사미격으로 전개되는 폭탄 테러범의 처벌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천명했으나 그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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