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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사연 주인잃은 유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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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사연 주인잃은 유품들

입력
199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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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핸드폰·끊어진 염주·항공권 등/분실물센터에 「그날」 이후 320여점 쌓여/귀중품 거의 없고 빈지갑 많아 “씁쓸”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 애통해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요…』 주인잃은 성경의 줄쳐진 구절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신다. 피묻은 핸드폰과 삐삐들, 줄이 끊어져 버린 염주, 환하게 웃는 젊은 연인의 사진이 담긴 채 일그러져 버린 하트모양의 은목걸이.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의 분실물신고센터에 쌓인 유실품의 주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사고당일부터 붕괴현장 맞은편 사법연수원내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분실물신고센터에는 6일까지 3백20여건의 분실물들이 애타게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쌓여가고 있다. 분량만도 이미 20상자를 넘어섰다.

 갖가지 화장품들은 백화점 여직원들의 희생이 많았음을 말해준다. 예쁘게 레이스로 장식된 작은 손가방 안에 차곡차곡 정리된 화장품 견본품들과 손거울은 이미 깨져 있었다.

 안테나도 빠져버린 채 발견된 피묻은 핸드폰은 사고발생 일주일이 지나자 배터리가 다했다. 삐삐들 중에는 사고직후 가족들이 황급히 호출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가 기억된 것이 많다. 전화번호 확인결과 다행히 피해를 면한 생존자들의 삐삐도 남아있어 신고센터를 안심시켜 주기도 했지만, 종내 응답이 없는 전화번호는 모두를 애태우게 했다.

 제주행 항공권 2장과 올 여름휴가 일정·예상지출내역을 꼼꼼하게 적어놓은 수첩의 주인은 이제는 영원한 휴식의 길로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 한 빨간색 소형 앨범에는 20대후반 청년 16명이 등산갔다 찍은듯한 기념사진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한편 신고된 분실물 중 귀중품은 거의 없고 빈 지갑만이 남아 있다는 점은 참사와중에서도 남의 것에 손을 댄 인간의 두얼굴을 보여줘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한다.

 시신발굴은 지지부진한 채 유품이라도 찾으려는 사망·실종자가족들은 분실물신고센터로 찾아와 목록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다. 신고센터는 새로 접수된 물품이 5건을 넘어설 때마다 이들이 모여있는 서울교대 체육관으로 물품내역을 알려주고 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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