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떤 개선문/김영환(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떤 개선문/김영환(메아리)

입력
1995.07.06 00:00
0 0

시간과 싸우는 눈물겨운 구조작업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매몰자들은 삼풍백화점 업주의 탐욕에 깔려 돌아올 줄을 모른다. 격렬한 분노의 소리가 PC통신 토론의 장에도 빗발치고 있다. 건물안전진단 의뢰는 평소의 3배나 되고, 건물 붕괴로 불시에 갇힐 것을 우려하는지 무선호출기와 휴대폰등 이동통신 기기가 잘 팔린다는 소식이다.그런데 불귀의 객이 된 삼풍희생자는 무엇으로 보상하며 다리를 건너기가 겁나는 시민들의 불안증후군과 민심에 가한 충격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이 사회의 축도일지 모른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풍요롭고 슬기로운 「신정치 1번지」라는 상징도 삼풍의 잔해에 묻혀 버렸다. 삼풍 붕괴의 원인에는 건축물과 이 사회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느낀다. 서초구청 전직원은 삼풍 설계변경에 개입해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그 전직 하급공무원은 퇴직금과 유산이 얼마나 많은지 고급차를 타고 다니다 콘도에서 잡혔다. 재산형성과정에 의문이 생긴다. 전·현직원들은 사고가 터지자 뭐가 켕기는지 도망쳤다.

「한국에서는 부정과 부패의 고리가 감리를 대신하고 있다.…」 「건설회사와 공무원의 결탁이 흉기였다…」「한국은 대형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연속적인 건조물 붕괴에 여러가지를 원인으로 쳐들고 있다. 인천·부천에서는 거대한 지방세 착복이 있었다. 모든 것은 과거부터 잉태된 비극이다. 건축비리 때문에 시멘트배합이 줄어들고 철근 두께가 가늘어진다면 그 건물과 그 사회는 기초가 무너져 물리적,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가 부정을 몰라야 선진국대열에 낄 수 있다.

부정에 얽혀 안전을 소홀히하는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용역이 경쟁력을 가질 리 없다. 만일 비행기를 이렇게 만든다면 어느 나라 누가 타려고 할 것인가. 정신구조가 아직 하이테크 아닌 저가 노동집약상품시대에 머무르고 있어 이런 사고가 빚어졌는가.

붕괴 현장을 보도한 한 앵커맨은 무너져내린 백화점 A동옆에 서 있는 엘리베이터탑이 「개선문」 같다고 표현했다. 기자는 동감한다. 그 흉측한 「개선문」은 정직과 완벽주의가 패배하고 부정과 적당주의가 이긴 개선문이다. 새로운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성수대교처럼, 옛 것들은 계속 이런 식의「개선문」으로 발호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건 기자만이 아니리라.<과학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