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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걱정 바쁜/사고 대책본부/구조물품 시민에만 의존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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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걱정 바쁜/사고 대책본부/구조물품 시민에만 의존 “빈축”

입력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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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구호기금 자연 재난때만 사용 규정/사찰·교회 등 종교계에 번번이 손내밀어서울시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을 모두 국민 구호품에만 의존, 빈축을 사고 있다. 심지어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시민구호품이 부족해지자 공무원들이 사찰·교회등에 직접 전화를 걸어 손을 내밀기까지 하고 있다.

필요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신속히 피해자들을 구출해야 되는 긴박한 상황에 장비와 물품이 부족하다는게 말이 되는냐』며 『한심하게도 서울시가 뒷짐만 진채 시민구호품만 기다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고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각계각층 시민들은 라면 김밥등 먹거리서부터 면장갑 속옷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들을 사고대책본부로 속속 보내왔다. 자신들도 큰 피해를 당한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들은 집에서 김치와 밑반찬까지 날라왔다. 지방에서도 온정의 손길은 이어졌다. 기업들도 인력과 장비·안전모등 물품을 앞다투어 신속히 제공, 원활한 구조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구조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각종 구호품이 부족해졌고 사고대책본부는 끼니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책본부 구호품 접수담당 공무원들은 5일 한 교회에 2천명분의 식사와 밥그릇 1천5백개를, 한 사찰에는 수건 1천장과 음료수 3백상자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등 5개 종교단체에 3천5백인분의 식사 종이컵 은박지 식기 음료수등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과 질서유지등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소방구조대는 물론 심지어 군, 경찰인력까지도 일부는 구호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어 하루 1만4천인분 이상의 식사가 필요하다. 사고초기만 해도 사회·종교단체의 식사제공이 줄을 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어 상당량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또 각종 물품도 태부족이어서 구조대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4백∼5백여명의 구조대원들은 콘크리트 석면등의 분진과 물기로 얼룩진 속옷을 하루 한번이라도 갈아입어야 하지만 이마저 절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 랜턴 안전모 등 각종 장비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하에서 직접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해병전우회원들은 『처음부터 장비를 계속 요청했지만 대책본부는 제대로 공급해 주기는 커녕 미루기만 해 구할수 있었던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서울시가 취한 조치는 각 구청에 6일부터 한끼씩 식사를 제공하도록 요청한 것뿐이다. 구호품 접수·배급에 참여하는 한 공무원은 『사찰이나 교회등에 한번도 아니고 몇번씩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기가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서울시가 적립하고 있는 재해구호기금만 해도 3백50억여원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럴 때 시당국이 이를 쓰지 않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시행정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해구호기금은 자연재해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사용할 수 없다』며 『아현동 가스기지 폭발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에 인위적 재해시에도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내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인위재난관리법에도 구호기금문제는 포함돼있지 않아 이의 입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권혁범·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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