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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단 부실현장 조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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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단 부실현장 조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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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따로따로 널려/A동벽체 곳곳에선 기포·구멍 발견/눈으로봐도 어처구니 없는 “모래성”『건축도로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5일 새벽 2시간동안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현장조사에 참가한 「사고원인규명 감정단」(단장 김덕재·중앙대교수)은 처참하게 무너져 흉물스런 모습으로 남아있는 매몰현장을 둘러보고 고개를 돌렸다.

안전모에 간편한 복장차림의 감정단원 8명은 서울지검 형사1부장 이경재 검사등 검사 11명, 대한주택공사 기술자문팀과 국립건설시험소요원 각 4명등 전문가, 백화점 설계를 맡았던 우원종합건축사 사무소장 임형재, 삼풍건설사업부 이평구, 우성건설 이상철씨등 공사관계자들과 함께 상오 5시30분께 통제선이 쳐진 매몰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현장조사는 정확한 부실시공상태와 붕괴원인을 정밀파악키 위한 것이었지만 그냥 육안으로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부실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와 철근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각각의 인장력(늘어지는 것을 잡아당기는 힘)과 압축력으로 일체화돼 철근이 콘크리트덩어리에서 잘 뽑혀지지 않는 법. 그러나 붕괴와 함께 콘크리트에서 그대로 떨어져나간 철근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고 이들 철근표면에는 콘크리트와 접촉했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콘크리트와 철근이 아예 따로 놀고 있었다는 증거들이다.

또 A동 벽체에는 콘크리트에 물을 과다하게 섞거나 다지기가 안됐을 때 나타나는 기포와 구멍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콘크리트덩어리 역시 시멘트와 모래,자갈등 자재와 배합비율, 양생상태등의 불량으로 발로 밟으면 쉽게 으깨어질 정도로 강도가 약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잔해중에는 백화점건물 단열재도 눈에 띄었는데 놀랍게도 85년부터 폐암의 유발가능성때문에 사용이 전면금지된 석면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분출되는 분진속에도 석면가루가 들어있어 현장근무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감정단은 반쯤 부서진 10여개 정도의 지하 사각기둥중 5개 기둥에서 콘크리트를 채취하고 나머지는 페인트로 표시를 해두었다. 무너져내려 시루떡처럼 포개진 각 층 슬라브 5개와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떨어져나온 12개의 철근도 잘라냈다.

감정단은 A동코어 지하1,2층 기둥 1㎡에 대해 은색 쉬미트 해머로 대략적인 강도실험을 했다. 쉬미트해머는 해머를 벽에 두드리면 자동으로 콘크리트강도가 측정되는 20㎝길이의 기구다. 또 증축된 것으로 알려진 지하1층의 바닥면적과 각 철근의 규격·배열간격도 측정했다. 슬래브와 기둥을 연결하는 앵커길이도 쟀다. 주공에서 파견나온 기술자문팀은 높이 30의 소방차 구조사다리를 타고 A동 코어와 각 층 슬래브의 접합부위, 옥상의 콘크리트 양생정도,철근규격등을 세밀히 조사했다.

감정단장 김덕재교수는 1차 현장조사를 마친뒤 『슬래브 두께가 대략 30㎝, 기둥간격은 10.8로 외형상 설계도면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사고현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지 않아 감정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설계 및 시공, 감리, 유지관리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9월말까지 운영될 「사고원인규명 감정단」은 5일 수거한 시료들을 국립건설시험소에 보내 정확한 붕괴원인을 밝혀낼 방침이며 결과는 이달말께 나올 예정이다.<박정철 기자>

◎건축물 재료시험이란/철근·콘크리트 강도 정밀조사/사고현장서 시료채취/성분함량 등 수치분석

검찰의 수사와 함께 삼풍백화점 부실의 정도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축물 구성성분에 대한 재료시험이 시작돼 부실실태를 명확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재료시험은 검찰의 현장검증단이 붕괴현장에서 손상되지 않은 기둥, 슬래브등으로 부터 콘크리트, 골재등의 시료를 채취한 뒤 국립건설시험소등에서 강도, 시멘트함량등을 정밀시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료채취에는 코어(CORE)채취기가 동원돼 앞부분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컵모양의 드릴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압착시켜 시험에 필요한 양만큼 시료를 떠 내게 된다. 철근은 60㎝이상을 잘라낸다.

채취된 시료들은 국립건설시험소로 옮겨져 콘크리트는 강도 및 시멘트함유량 시험, 철근은 인장 및 압축시험등을 받는다.

콘크리트 압축시험은 강철로 만들어진 압축강도시험기로 채취된 콘크리트를 깨질 때까지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압착해 최대강도를 조사한다. 이경우 압축강도는 「재료가 깨지는 상태에서의 최대하중」으로 표시된다.

또 시멘트함유량은 콘크리트를 잘게 부수고 고열에서 녹여 성분을 모두 분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모래등이 엉겨붙어 있어 재료시험중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가장 어렵다고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다.

철근은 강한 힘으로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인장시험과 유압기구를 이용한 압축시험으로 테스트를 하게 되며 어느 정도의 하중에서 내부성분이 변질되는 지가 중점조사된다.

최근에는 인장력과 압축강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만능시험기가 도입돼 보다 빠른시간내에 재료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립시험연구소는 검찰이 5일 현장에서 시험재료를 채취해 옴에 따라 철야작업을 통해 6일 상오까지 주요부분 콘크리트 철근의 강도등을 대한 분석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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