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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사회분위기(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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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사회분위기(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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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면 죄짓는 기분” 삼풍신드롬/유흥가·유원지 썰렁 「집단충격」 반영/방송가요 차분해지고 공연장도 한산/아침 첫 일과 “아파트 천장·벽·베란다 살피기”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각종 「삼풍신드롬」을 낳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피서철을 앞두고 있지만 거리에는 활력이 없다. 밤이 돼도 흥청대던 유흥가가 썰렁하고 주말마다 인파로 붐비던 교외 유원지도 한산하다. 평소처럼 여가생활을 즐기려 해도 왠지 머쓱해지고 죄짓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많다. 콘크리트와 철근더미에 묻혀 있을 희생자의 참혹한 모습이 자꾸 떠올라 TV보기 조차 두렵다는 하소연도 자주 들린다.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는 먼저 라디오의 달라진 음악에서 감지된다.

붕괴 참사 이전 낮시간과 초저녁 시간대 FM라디오 음악은 주로 10대 소녀 취향의 템포 빠른 댄스곡이었다. 10대 소녀팬이 음반판매량 가요인기순위는 물론 방송청취율까지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댄스곡 우세 추세를 반전시켰다. KBS MBC SBS등 방송사 모두 조용한 발라드곡, 가사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노래를 주로 방송하고 있다. 김건모 룰라 듀스의 노래는 듣기 어렵다.

KBS 제2라디오 홍성우(49) 부주간은 『붕괴 사고가 난 뒤 회의를 열고 1천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유례없는 참사인 점을 감안, 지나치게 요란한 노래는 피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PD들도 이에 공감, 조용한 발라드나 포크계열 음악을 선곡해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 방배동 종로 영등포등 유흥가에는 주당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신촌로터리 M단란주점 주인 이모(46)씨는 『주말이면 룸 8개가 꽉 들어찼는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일 룸 4개가 파리만 날렸다』며 수익감소를 하소연했다. L기업 홍보담당자는 『부서회식이 제일 많은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붕괴사고 여파로 회식을 취소한 부서가 많았다』며 『이번 주에도 붕괴사고는 샐러리맨의 음주문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가를 찾는 발길이 줄어 들면서 사건도 줄었다. 서대문경찰서 신촌파출소 윤동기(39) 경장은 『평소 하오 11시에서 상오 3시 사이에 폭행 고성방가등 20여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나 사고후에는 평균 5건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도 예전같지 않다. 연극 「문제적 인간­연산」공연장에는 평소 6백여명 관객이 객석 통로까지 메울 정도로 몰렸으나 지난 주말공연에는 3백∼4백여명의 관객만 자리를 지켰다.

여행업계에 의하면 붕괴 사고후 사상자 친척이나 친지가 포함된 해외여행팀이 예약을 취소한 경우는 있지만 예약취소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국인 한국방문객이 줄거나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이 불로소득을 얻을 것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A여행사 가이드 임모(27)씨는 『일본 관광객들이 이 건물 저 건물을 가리키며 「언제 지은거냐」고 물을 때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미국 유럽인들은 아예 백화점쇼핑 스케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전한 곳은 없다』는 불안감, 생존해 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를 최단 시간내 구출하지 못하는데 대한 허탈감등이 국민을 「집단충격」상태에 빠뜨렸다.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주부 박모(31)씨는 지난 2일 일요일인데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아파트 베란다와 천장, 벽등을 살펴보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은지 5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파트 건물 사이 지하주차장 천장이 갈라지고 실내등이 떨어지는 「부실의 증거」앞에 가슴 졸이고 있던 일산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은 6일 52개 단지 주민대책회의를 열고 관계 당국에 안전진단을 요구할 계획이다.<황상진·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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