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눈가림조치→관리소홀/위험징후 묵살 「불감증」도 똑같아우리사회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대형참사는 늘 닮은꼴이다.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린 대형사고는 하나같이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고 사후대책마저 똑같다. 그리고는 사고관계자 정부 기업체는 물론이고 국민까지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쓰라린 경험을 슬며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다.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가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처럼 삼풍백화점사고는 성수대교붕괴의 재판이다. 시공때부터 부실공사였고 참사가 일어나기 오래전에 이미 조짐을 보였으며 이를 태연히 무시한 것까지 하나도 다른 점이 없다. 「다리가, 백화점이 어찌 무너지랴」는 「설마 심리」가 빚은 일란성 쌍둥이인 셈이다. 사고발생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추악함마저 그대로다.
▷부실시공·관리◁
두부모 자르듯이 두 동강난 성수대교나, 모래성처럼 허물어진 삼풍백화점이나 둘 다 부실공사가 근본원인이었다.
성수대교는 교량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철강구조물)의 연결이음새의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10㎜이상이 돼야 하는 용접두께가 고작 8㎜밖에 되지 않았고 강재 볼트 연결핀등도 부실했던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서울시의 형식적인 안전점검, 관리소홀도 부실시공된 다리의 붕괴를 앞당겼다. 시는 부식된 철제구조물에 대한 근본적인 보수없이 녹슨 부분을 페인트로 칠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숨겼다.
삼풍백화점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건축에 사용되는 22㎜ 철근이 아니라 19㎜, 16㎜, 심지어는 14㎜의 가는 철근으로 거대한 백화점건물이 지어졌다. 콘크리트 덩어리는 손으로 비벼도 모래가 떨어지고 손으로 잡아당겨도 철근이 뽑힐 정도로 강도가 약했다. 여기에 무리한 증축이 더해졌다. 백화점측은 또 부실시공된 주기둥이 압력파괴현상을 보이자 철심을 다시 박는 근본적인 보강작업대신 기둥주위에 철판을 대는 눈가림식 조치만 했다.
▷사고불감증◁
성수대교도 삼풍백화점도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성수대교의 이음장치에 중대한 하자가 생겨 교량 전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이미 붕괴사고 5개월전에 동부건설사업소에 의해 서울시에 올려졌으나 예산부족을 이유로 묵살됐다. 이에 앞서 동부건설사업소는 10개월전인 1월에도 상판이음쇠의 보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서울시는 자체보수만을 지시했고 사업소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은 사고 사흘전에 이미 확연한 붕괴조짐을 보였다. 건물이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건물벽 곳곳에 금이 갔다. 붕괴 당일인 29일 상오에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 A동건물 5층 천장이 20㎝가량 내려앉았고 4층벽에 누수현상이 나타났다. 29일 하오 4시께 열린 마지막 대책회의에서 안전진단 전문가들의 대피주장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은 지 5년밖에 안된 백화점이 무너질리가 있겠는가」라는 「설마심리」와 돈벌이에 눈이 먼 상혼이 뒤섞인 사고불감증 때문이었다.
▷쳇바퀴 사후대책◁
정부는 대형사고때마다 사고재발방지 다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92년의 신행주대교 붕괴때부터 서해페리호 침몰,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구포역 열차전복, 아현동 가스폭발,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등의 대형참사가 숨가쁘게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부주의에서 비롯된 인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수없이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은 한번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음을 또한번 일깨웠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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