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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사연들… 슬픔 끝없고/넋잃은 사망·실종가족눈물 붕괴현장적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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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사연들… 슬픔 끝없고/넋잃은 사망·실종가족눈물 붕괴현장적셔

입력
199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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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리호때 동생·이번엔 딸 잃어/87세 할아버지 손녀에 줄 과자 사러갔다가 참변삼풍백화점 직원으로 일하던 외동딸이 실종돼 다시 혼절한 위도 주민, 손녀에게 줄 과자를 사러 갔다 변을 당한 8순의 할아버지. 71시간만에 구조됐다 끝내 숨지고 만 이은영(21)양의 장례식이 치러진 4일에도 실종자 사망자의 애끊는 사연은 붕괴현장을 눈물로 적셨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로 동생 두진(당시 40세)씨를 잃었던 전북 부안군 위도면 주민 서일진(54)씨는 외동딸 미예(25)씨가 실종되자 넋을 잃었다.

백화점 잡화코너에서 일하던 딸이 사고후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서울로 올라온 서씨는 몇차례 실신했다 깨어나기를 거듭하면서 사고현장과 대책본부를 뒤지고 있지만 아직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 2일에는 위도 집으로 미예씨가 몸져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생신선물로 보냈던 속옷 양말등이 배달돼와 온 집안이 통곡에 파묻혔다.

3년전부터 사실상 가장노릇을 하며 동생을 돌보는등 위도의 효녀로 소문나 있었던 미예씨는 얼마전 남모(28)씨와 약혼, 내년 봄 결혼할 예정이었다.

○…이날 상오 7시50분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러진 이은영(21)양의 장례식은 내내 눈물속에 진행됐다.

『정화수를 내게 뿌려주소서. 나는 곧 깨끗하여 지리이다. 나를 씻기소서』 박종성 신부의 연령회로 장례식이 시작되자 이양의 어머니 송희갑(44)씨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오열했다. 『착하디 착한 은영이였지요. 그런데 왜 우리 곁을 먼저 떠나야 하나요』 이양과 가장 가깝게 지냈다는 친구 박은진(박은진·22)양은 이양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려 떠나려 하자 절규하다 결국 실신했다. 이양의 남자친구 이모(22)군은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내가 울면 은영이가 편히 못갈 것 같아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며 이양의 유품인 팔찌를 꼭 쥐고 있었다.

○…손녀에게 줄 과자를 사러 저녁식사후 삼풍백화점에 갔다 변을 당한 87세의 오선국(서초구 서초동)씨의 막내아들 성제(45·회사원)씨는 『늘 북에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시던 아버님이 지하에서도 편히 눈감지 못하실 것 같다』며 오열을 참지 못했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오씨는 사고당일 종로 파고다공원에 나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소일한 뒤 돌아와 손녀 은영(11)양에게 줄 과자를 사오겠다며 혼자 나갔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박진용·조철환·김경화·이상연 기자>

◎“내 아내 「천사」를 찾아주세요”/신혼 3개월째 삐삐 「1004」 암호로 사랑나눠/사고 2시간뒤 호출후 두절… “아내생존 확신”

『내 아내 천사(1004)는 틀림없이 살아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아내 여성자(26·사진)씨가 실종된 정우택(32·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씨는 사고지점 어딘가에 아직도 아내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 사고발생 2시간 뒤인 29일 하오 8시7분께 아내로부터 둘만의 비밀번호인「1004」호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1004 호출번호는 아무도 모르는 암호로 아내가 아니면 이 번호를 호출할 사람이 없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정씨 부부는 「1004」(천사)를 비밀 호출번호로 사용, 수시로 연락하며 둘만의 은밀한 사랑을 키워왔다.

정씨등 가족들은 핸드폰을 갖고 있던 여씨가 붕괴직후 어딘가에 매몰돼 있으면서 다급하게 「1004」암호를 호출한 것으로 보고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단 한차례의 호출직후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의 구조요청을 받고 밤낮으로 사고현장을 찾아 헤맸던 정씨는 아직도 아내를 찾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2년간의 열애끝에 지난 4월27일 결혼, 신혼 3개월째인 아내 여씨는 삼풍백화점 3층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다 6월말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사고당일 여씨는 월급정산과 상사 동료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

싹싹한 성격으로 인기가 높은 여씨가 정담을 나누던 동료중 2명과 함께 백화점문을 나선 것은 29일 하오 5시40분께. 여씨가 갑자기 동료들에게 『지하매장에 들러야겠다』며 혼자발길을 돌리며 생사의 운명이 갈렸다.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실종된 며느리와 넋을 잃은 아들을 바라보며 시어머니 김경진(55)씨는 『너무나 착한 며느리를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다니 주님도 무심하시지…』라고 되뇌었다.<윤태형 기자>

◎저녁먹고 온다던 남편·아들/시신되어 돌아오자 끝내 혼절/통일원 전협력과장 김선호씨 부인

『박사학위 논문을 당신에게 바치려 했었는데…』

4일 상오 아들 기표(8·신상도국교 1)군과 함께 끝내 시신으로 발견된 통일원 전협력과장 김선호(39·서기관)씨의 부인 조영희(38·청주 서원대교수)씨는 눈물도 말라버린 채 혼절했다.

『기표와 함께 저녁이나 먹고 오겠다』며 나간 남편이었다. 조씨는 4일까지 제출키로 한 박사학위논문 준비 때문에 한달여만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아들과 보내고 딸과 둘만 집에 남아있었다. 저녁뉴스를 보고 사고소식을 안 조씨는 논문제출을 포기한채 사고현장 주변과 병원을 이제껏 뒤지고 다녔다.

김씨는 78년 행정고시 22회에 합격, 통일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87년이후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다 지난5월 통일원 협력과장으로 복귀한 엘리트관료. 서울대외교학과 재학시절 가정학과생이던 부인을 만나 86년 결혼, 1남1녀를 두었다. 6월초 『격무로 잠시 쉬고 쉽다』며 휴직계를 낸 김씨는 기 수련을 위해 충남 계룡산에서 한달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단학의 대가로 유명한 고 권태훈 선생의 4대 수제자중 한사람으로 꼽힐만큼 이방면의 권위자로 알려져있었다. 입산 한달여만에 지자제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동작구 상도 2동 집으로 돌아와 평소 잘 돌보지 못하던 아들의 손을 잡고 나간게 마지막 길이 된 것이다. 이웃들은 『맞벌이부부라 평소 자식사랑이 남다르더니』라며 안타까워했다.<최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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