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주변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급속히 밀착하고 있다.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유럽확장 정책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미―타이완(대만)간 교류진전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중국측과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50년대의 밀월관계 재현을 도모하고 있다.
양국의 관계개선 노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고위지도자들의 빈번한 교환방문이다. 리펑(이붕) 중국총리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모스크바를 방문,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 등과 회담을 갖고 8개항의 양국협력협정에 서명했으며 옐친대통령도 오는 9, 10월께 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월초에는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이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러시아측에서도 올들어 외무·국방·내무·핵공업부장관 등이 잇달아 베이징(북경)을 찾았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인 이즈베스티야는 리펑총리 방문기간에 「중·러관계―최대속력의 전단계」라는 기사를 싣고 양국밀착에 따른 서방국들의 우려를 지적할 정도였다.
양국의 이같은 밀착은 일단 양측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치 안보상으로 양국은 미국등 서방의 압력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동유럽을 흡수하려는 나토의 팽창정책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동쪽 국경이 조용해야 유럽에 외교·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중국도 최근 타이완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크게 의식하면서 항미세력으로서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특히 군사대국이 되려면 M―29·SU―27 등 최신예 항공기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야 하며 군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기술지원과 합작이 불가피한 상태다. 양국 경제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도 양국의 관계개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핵기술을 비롯, 각종 중공업 설비를 중국에 제공할 수 있고 중국으로부터 경공업제품을 수입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은 50년대 밀월관계를 복원하기에는 아직 해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도 관계개선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 라면 미국등 서방각국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양국관계는 보다 밀착할 것이 분명하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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