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심모임에 분당 일산등 신도시에 사는 주부들 몇명이 참석했는데, 그들은 요즘 노이로제에 걸린 것같다고 털어놓았다. 신도시 아파트를 건설할때 불량자재를 많이 썼다는 소문때문에 공연히 기분 나쁠때가 있긴 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이후에는 작은 균열만 발견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고, 불안해서 잠이 안오는등 증세가 심각하다고 그들은 말했다.『어젯밤에는 늦게까지 TV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을 보다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는 바람에 견딜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온갖 흉한 생각이 다 나면서 점점 더 불안해지는 거예요』
『며칠전에는 비가 심하게 내렸는데, 온 가족이 마음속으로 걱정을 했었나 봐요. 그 다음날 아침 식탁에서 장마가 오기전에 안전진단을 하도록 관리사무소에 건의하자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동시에 얘기하더라구요』
『주차장 기둥에 균열이 생기고, 거실의 천장에서 나무판이 무너져 내리는등의 사고는 그동안 신문에 났었지만, 그밖에 사소한 균열등은 주민들이 숨기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잘 몰라요. 벽에 그림을 걸려고 못을 박다가 벽에서 시멘트와 모래가 한 바가지나 쏟아져 내린 집도 있고, 목욕탕 벽에 금이 가면서 타일 몇장이 떨어진 집도 있고, 비만 오면 베란다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괴는 집도 있어요.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인지, 무슨 불길한 징조인지, 철저하게 조사했으면 해요. 집값 떨어진다고 쉬쉬할 게 아니라 모두들 털어놓고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80년대말 정부는 주택 2백만호 건립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88올림픽 관련 건설붐까지 겹쳐 자재난이 심각했는데, 질 나쁜 수입 시멘트와 바닷모래를 써서 부실공사를 했다는등의 소문이 파다했다. 이런 소문때문에 찜찜해 하던 신도시 주민들이 요즘 붕괴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신도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식적으로 훑어가는 진단이어서는 안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도 들어나고 있듯이 건설회사들의 탈법·편법과 이를 눈감아주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비리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고 있다면, 「살인 행정」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신도시 주민 뿐 아니라 전국민이 대형사고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정부는 철저한 진단과 대책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의 「살인 행정」을 속죄하는 길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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