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주민들 대책본부 찾아 「보은의 성금」 전달/인근식당 「삼풍정」 구조대 등에 숙소·식사 제공폐허에 훈훈한 인정이 꽃피고 있다. 참혹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답지하는 인정은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과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구조대원들의 마음을 잠시라도 녹여주고 있다.
울림터 콜모범택시 소속 기사 20여명은 서울교대에 마련된 실종자신고접수처에서 인근 병원까지 실종자 가족들을 무료로 실어 날라주고 있다. 129구급봉사대 소속 택시운전기사 49명도 같은 장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봉사를 하고있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병원과 사고대책본부를 하루에도 몇차례씩 왕래하는게 너무나 안타까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무료로 택시를 운행한다고 말했다. 서울 교대 정문과 후문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원하는 곳까지 편안히 태워주면서 위로의 따뜻한 말을 나누는게 이들의 일이다.
93년 2백92명의 희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사건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전북 부안군 위도면 주민 5명은 3일 사고대책본부를 찾아와 『구조활동에 써 달라』고 성금 1백1만원을 전달했다.
이성식(58)씨등 주민대표 5명은 『당시 전국민의 온정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작은 보은의 심정으로 알고 받아달라』고 말했다. 위도 주민중에는 서일진씨의 딸 미예(25·삼풍백화점 직원)양이 실종돼 아직 생사를 모르고 있는 상태다.
삼풍백화점 맞은편의 설렁탕집 「삼풍정」(주인 홍양사·55)은 첫날부터 구조대와 보도진의 전천후 대기소가 됐다. 주인 홍씨는 전화 가스 물등 구조대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돈 한푼 안받고 제공하고 식사때가 되면 김치찌개등 음식을 해서 나눠먹는다. 구조대와 기자들의 저녁 잠자리도 설렁탕집이다. 아들 이덕형(33·회사원)씨는 사고발생 당시 건물 파편을 피해 가게로 밀려들어온 손님들을 일일이 씻겨 병원으로 후송해 주기도 했다.
홍씨는 지난 5월 2억여원을 투자해 개업한 지 한달반만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하루 2백50여만원의 매상손실을 보고있다. 그러나 자신의 재산피해보다는 실종자들과 구조대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의 경영진들과는 정반대의 마음을 가진 선량한 이웃이라고 주위의 칭송을 받고있다.
이 음식점 바로 옆에 있는 삼풍주유소(주인 김화영·58)는 119구조차량 소방차량등에 무료로 기름을 대고 있다. 하루 5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주유소중 매출 순위 1∼2위를 다투던 주유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료지원 기름값까지 합해 하루 8천여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삼풍주유소는 사고이후 서초구청사고대책본부등이 주유소를 완전 점거한 상태인데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대책본부 관계자들을 돕고있다. 전화 전기등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주유소 총지배인 황기실(56)씨는 『주유소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모두 삼풍백화점 손님들 덕택이었다』며 『백화점 붕괴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고 있을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이현주 기자>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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