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마저 깊은 슬픔에 젖다/목메인 이름… 이름들… 통곡의 메아리/“눈물도 말라… 이아픔 다시는 없어야”『이대로 보낼 수는 없는데…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메말라붙은 눈가에 다시 눈물이 번졌다. 그리고 끝없는 통곡이 이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5일째인 3일 상오 7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중앙병원 영안실에서는 유족들의 오열 속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영안실 주변은 밤새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보내는 사람들의 억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해는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에 짓눌렸던 고통의 땅을 말없이 떠났다.
세 딸을 한꺼번에 잃은 정광진(58) 변호사 부부는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 차라리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손훈(영화교회) 목사의 인도로 발인예배가 시작되자 참았던 흐느낌을 더이상 어쩔 수 없는 듯 어깨가 무너졌다.
『고귀한 희생을 통해 다시는 이같은 통한의 아픔이 우리 곁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이라는 「장벽」을 모교인 맹학교의 훌륭한 교사로서 극복한 첫딸 윤민(29), 갓 돌을 지난 첫 아이를 남편에게 남겨둔 채 떠난 둘째 유정(28), 항상 환한 미소로 가정의 보배였던 셋째 윤경(25). 이들을 보내야하는 부부는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두기라도 하는듯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관을 차례로 어루만졌다.
세자매의 친구와 앞못보는 첫딸의 제자들은 세자매가 즐겨 불렀다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이들을 보냈다. 셋째 윤경의 친구인 박아란(25)씨가 『지금이라도 어디선가 환한 웃음과 함께 나타날 것 같은 너를 이렇게 보내야만 하느냐』고 조사를 낭독하자 장내는 울음바다가 됐다.
레퀴엠의 오르간 선율 속에 손목사는 『오늘 우리는 세자매를 고통도 슬픔도 없는 하늘나라로 영원히 보낸다』고 비통해 했다. 세자매의 영정앞에는 흰 국화만 수북이 쌓였다.
이날 아침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서는 대우자동차 김태구 사장의 부인 김영배(52)씨등 희생자 12명의 장례식이 연이어 치러지는등 병원은 눈물과 통곡의 하루가 됐다. 김씨의 3살바기 외손녀는 할머니의 죽음을 모르는 듯 천진난만하게 연신 『삼풍할머니』라고 불러대 유족들의 가슴을 저미게했다.
삼풍백화점 여직원 곽정주(29)씨의 어머니는 『엄마한테 집을 사준다고 시집도 안가고 돈을 벌겠다더니 결국 이꼴이 되고 말았느냐』며 주저앉아 버렸다. 희생자 박미진(21·여)양의 어머니는 떠나려는 운구차 옆에서 『내딸 살려내라. 삼풍백화점 사장은 당장 나와라 』며 울부짖다 혼절했다.
이날 희생자들의 유해가 안치됐던 서울시내 20개 병원에서는 희생자 47명을 보내는 영결식이 종일 슬픔과 분노 속에 거행됐다. 영결식은 4일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합동구조대는 이날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6구의 시신을 확인했고 3구를 발굴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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