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난 구호/「연방 비상관리청」 이 해결사 역할/일사불란한 지휘… 「유가족 카운슬링」까지 맡아지난 4월19일 발생한 미국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사건 당시 연방수사국(FBI) 못지 않게 미국언론에 부각된 연방기구는 연방비상관리청(FEMA)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사고즉시 긴급각료회의를 주재한 뒤 오클라호마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FEMA청장 제임스 위트를 급파하면서 『FEMA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재난구호는 FEMA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20여 연방기관에서 현장에 파견된 재난관리요원 1천3백여명은 희생자 구출에서 유가족에 대한 정신병 카운슬링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활동했다. 클린턴은 FEMA 덕분에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재난구호책임은 1차적으로 지방정부에 있다.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해에 대해서는 주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주지사는 주비상사태를 선포, 주방위군과 경찰을 동원하지만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FEMA에 재해사실을 통보하고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대통령은 「재해구조및 긴급지원법」에 따라 재해지역에 비상사태나 「주요 재해」를 선포하고 연방차원의 지원을 지시한다.
FEMA는 산하에 교통, 통신, 정보, 의료, 수색및 구조등 12개의 긴급지원반을 편성, 재난관리를 맡는데 적십자나 구세군등 자선단체, 일반 자원봉사자들도 이 기구의 통제를 받아 지원활동을 한다. 79년에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립된 FEMA는 워싱턴DC의 중앙본부와 10개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직원은 모두 2천7백여명이며 올해 예산은 약 9억9천달러이다.
FEMA 당국자들은 오클라호마사태 당시 FBI책임자들과 함께 매일같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상황을 공개했다. 그러나 극소수 풀(POOL)기자에 한해 현장취재를 허용할뿐 철저히 출입을 통제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미국의 언론인들은 취재기자와 구조요원이 뒤범벅된 삼풍백화점의 구조현장에 대해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살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자원봉사 활약상/연인원 1만여명이 “자기일처럼”/목숨건 작업 자청… 부녀회원 간접지원도 한몫
각계 각층의 자원봉사자 1만여명(연인원)은 정부차원의 허술한 구난체계를 효율적으로 메워주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구조활동에서 서울시와 소방본부등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해병전우회, 인근 부녀회원등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시민애는 돋보였다. 젊은 이들은 희생자발굴에 몸을 아끼지 않았고 부녀회원, 약사들은 구조대원을 간접 지원하는등 모두가 자기 일처럼 헌신적으로 일했다.
사고소식이 보도된 직후부터 병원과 사고현장에는 헌혈행렬이 이어졌다. 3일 상오까지 학생 군인 공무원등 1만5천여명이 피를 보탰고 지하철공사장 폭발참사를 경험했던 대구지역 시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해병전우회 회원 1백여명은 전문구조대원들도 접근하기 힘든 매몰현장에서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제2의 붕괴위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한석탄공사 특수구호대소속 대원 24명은 30여년간의 막장붕괴사고 구조경험을 살려 어려운 발굴작업을 했다. 몇몇은 정년을 앞두거나 50이 넘었는데도 B동 지하 3층에서 A동으로 파들어가는 작업을 자청했다.
1천명이 넘는 지역부녀회와 대한적십자사 새마을부녀회원등의 간접지원도 구조활동 못지 않게 소중했다. 이들은 구조대원과 희생자유족들에게 김밥과 컵라면등을 제공했고 속옷과 양말등을 구입, 비와 땀에 범벅이 된 구조대원들에게 지원하는 섬세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택시기사들은 매몰희생자를 찾는 가족들의 발이 돼주었으며 아마추어 무선동우회(햄) 회원 20여명은 부상자후송상황등을 파악,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민간지휘본부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약사회는 열악한 조건에서 악전고투하는 구조대원과 탈진한 부상자, 기다림에 지친 유족들에게 약을 제공했다. 국가유공자 자립공장인 대동산업은 시신보관냉장고인 「홈 파라다이스」 10기를 차량에 싣고 와 강남성모병원과 서초소방서에 대기하는등 각자 자기 분야에 걸맞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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