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비벼도 모래처럼 “스르르”/가는 철근에 그나마 듬성듬성/모래배합·양생도 제대로 안돼삼풍백화점은 날림으로 지어진 「5층짜리 연립주택」이었다.
3일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앞서 둘러본 붕괴 참사현장은 삼풍백화점이 졸지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었다. 콘크리트 덩어리는 손으로 비비기만 해도 모래가 스르르 떨어지고 철근을 잡아당기면 쑥쑥 빠져나갔다. 부실, 불량자재를 사용했다는 것이 한 눈에 드러나 보인다고 건축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콘크리트 잔해를 철거하기 위해 철근에 와이어를 연결, 크레인으로 조금만 당겨올려도 철근이 뽑혀나가는 일이 자주 목격됐다. 건축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양생이 덜 됐거나 바닷모래가 섞여있을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며 『건물의 콘크리트 강도가 일반 연립주택 수준에 불과한 것같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곡괭이로 한차례만 두들겨도 툭툭 떨어져 나갔다. 작업관계자들은 『규정대로만 지었으면 절단기를 들여대도 튕겨나가 작업하기가 여간 어렵지않은데 삼풍백화점 건물은 곡괭이나 망치로 두들겨도 쉽게 부서진다』고 말했다. 20년이 넘은 건물도 전기절단기로 몇시간씩 자르고 해머로 무수히 두들겨야 해체작업이 가능한데 지은지 6년밖에 안된 삼풍백화점 건물 잔해물들은 너무 쉽게 부서진다는 것이다.
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기둥 부분은 그래도 제법 제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슬래브는 폭격을 맞은듯이 폭삭 가라앉아 원형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건축관계자들은 『백화점건물을 지을 때에는 아파트 건축에 쓰는 19㎜짜리 철근이 아니라 22㎜짜리 철근을 사용하는데 이 건물 슬래브에는 14, 16, 19㎜짜리 철근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또 슬래브에 들어가 있는 철근들의 간격이 너무 넓고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치우쳐 하중을 견디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풍백화점같은 대형건물은 대개 옥상기둥 속의 철근굵기가 최소한 22∼25㎜는 돼야 상판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상식이다.
구조대원들도 『유압드릴이나 전기드릴을 콘크리트에 갖다대면 튕겨나올 때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정상적인 경우보다 몇배이상 빠른 속도로 손쉽게 뚫어졌다』면서 콘크리트가 단단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모래와 자갈, 시멘트 배합비율이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았거나 양생기간이 짧은 탓이라고 건축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기둥에 들어가는 철근의 연결부분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붕괴된 A동 중앙부분에 남아있는 옥상기둥의 철근 일부는 지그재그형으로 설치된 흔적이 남아있지만 또 다른 부분은 칼로 잘라낸듯 일자로 돼있었다. 규정대로라면 기둥에 들어가는 철근은 상판의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슬래브와 연결되는 끝부분을 지그재그형으로 설치해야한다.
현장을 둘러본 건축관계자들은 이같은 총체적 부실공사에다 당초 B동에 설치됐던 냉각탑이 A동으로 옮겨진후 건물이 충격을 받았고, 이후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시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상오 검사 2명과 대한주택공사 건축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현장조사팀을 사고현장에 보내 부실시공 증거물을 확보하는 현장조사를 벌였다.<권혁범 기자>권혁범>
◎실낱이라도 아직 생존가능성/“기적” 기대속 6곳 집중탐색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더미 속에 생존자는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2일 하오 이은영(21)양이 71시간의 사투끝에 구조되자 구조현장에는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구조가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잠시후 이양이 끝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희망은 이내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현장 대책본부가 붕괴사고 5일째인 3일 생존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6곳 뿐이다. 본부측은 이곳에 많아야 5∼6명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지하 1층 A동과 B동이 연결된 계단 아래 부분이다. 구조대는 이날 새벽 0시45분께 이곳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백화점직원 이판수씨가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제보해 오자 구조작업을 이곳에 집중시켰다.
구조대는 또 상오 10시30분께 B동 지하 3층 중앙부에서 미세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석탄공사 권오순씨의 제보가 있자 역시 이곳에 구조작업반을 집중 투입했다.
구조대는 특히 3일 상오 생존자 20명이 있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는 A동 지하 3층 비상계단옆 콘크리트 더미속을 뒤지고 있으나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박희정 기자>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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