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도 차량도 끊겨 “적막한 도심”/주변상가·유흥업소 손님 외면 찬바람/주민들 외출 자제… 증권사객장도 한산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삼풍아파트등 부근의 아파트 주민들과 상가등이다. 아파트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상가에는 손님이 크게 줄어 이번 사고가 주는 심각성을 절감케 했다.
○…붕괴 4일째를 맞은 3일 삼풍아파트에는 아직도 인적이 뜸해 사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였다.
사고당일 심한 유독가스와 석면가루가 날려 다른곳으로 피신했던 7동과 10동 2백85가구의 30%정도가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삼풍아파트 주변 도로에는 자원봉사자 구조반원외에는 사람의 왕래가 뜸해 갑자기 「조용한 마을」로 변해버린듯 하다.
아파트관리사무소 박의원 반장은 『공기중에 떠돌아다니는 석면가루때문에 주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분위기마저 어수선해 아파트 주민들이 어린이들을 가급적이면 집안에서 놀게 하고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주변 부동산업체들은 붕괴이전에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이 가격을 낮추려고 하는 반면 집주인은 제값을 받으려고 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를 먹고있다고 전했다. 붕괴현장에서 가깝다는 이유하나로 아파트를 사려는 원매자들이 공연히 집값을 깎으려 하고 있다는것.
삼풍부동산 대표 김용석씨는 『지난달만해도 월 20∼30건의 매매의뢰가 들어왔으나 붕괴사고 이후 매매의뢰가 단 한건도 안들어왔다』고 전했다.
○…아파트 주변의 동양 유화 한양등 7개증권사 지점과 한국투자금융등 2개 단자회사 지점 객장에는 투자가들이 한두명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로 변했다.
3일부터 이틀간 LG정보통신(주)등 6개 기업이 기업공개를 해 평소같으면 공모주청약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을 때이지만 아예 청약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동양증권 서초지점 문영주 팀장은 『이전 공모주청약의 경우 이틀동안 지점당 1백명정도가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며 『사고 여파로 청약이 극히 저조할 것같다』고 전망했다.
○…A동 엘리베이터탑 붕괴가능성으로 70가구 전주민이 피신했던 삼호가든아파트 A동에는 전가구의 90%인 61가구가 돌아와 깨진 유리창을 쓸어내고 곳곳에 밴 유독가스를 제거하느라 분주했다. 경비원 이시재(57)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A동 엘리베이터탑을 빠른 시일내에 철거해야지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엘리베이터탑 붕괴가 두려워 차량조차도 혼잡한 공용주차장에 주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후 삼풍아파트 단지주변 호프집 노래방등 유흥업소에는 사고이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한 분위기. T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모(19)씨는 『평소 10팀가까이 되던 손님이 하루 2∼3팀으로 줄어 주인이 휴업을 생각할 정도』라며 『일거리를 찾는 벽보가 최근 부쩍 늘어난것으로 보아 전체적으로 상가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교대역 부근 음식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손님이 평소보다 절반이하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뜨내기 손님뿐이라는게 가게주인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P레스토랑 주인 김모(43)씨는 『손님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술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게 더 큰 문제』라며 『아무래도 영업시간을 당겨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빈반점 주인 이기현(48)씨도 『하루 5백여명 되던 손님이 며칠사이에 2백여명으로 줄어 요즘에는 가게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복덕방에 가게를 내놓는 사람도 늘고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손해를 입는 곳은 단연 주유소이다. 인적이 뚝 끊긴데다 도로통제로 차량이 거의 없어 주변 주유소는 거의 개점휴업상태이다. 삼풍백화점 주변 서일주유소는 평소에는 1천여명의 손님이 찾아 차량이 꼬리를 물 정도로 손님이 많았으나 사고이후 손님이 10분의 1로 격감해 영업에 큰 차질을 빚고있다.
○…삼풍아파트단지내에 있는 한 사우나업소는 평소 하루2백여명이 찾아왔으나 사고이후 손님이 50명이하로 급감했다. 매표원 이선순(35·여)씨는 『이번 사고가 충격적인 사건인 것 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이곳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아파트 9동에 사는 한 주민은 『주변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이 많아 친척 초청이나 쇼핑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최서용·윤태형 기자>최서용·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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