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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공든 탑/유석근(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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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공든 탑/유석근(메아리)

입력
199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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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소식을 듣고 귀가하던 날 자신도 모르게 아파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을 올려다 본 사람은 아마 나만이 아닐 것이다.다음날 아침 전철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의 충격으로 굳어 있는게 역력했고 전동차가 덜컹거리며 동작대교 위를 지날때는 긴장과 초조의 빛까지 띠었다.

어제 아침 출근길에 4호선 전철은 「신호기고장」이라며 거북 걸음과 정차를 거듭, 20분이상 지체했지만 승객들의 표정은 직장 지각에 대한 불안과 짜증을 넘어 「목적지까지 탈없이만 데려다 달라」는 듯이 보였다.

아무리 사고 불감증에 걸린 사람이라도 요즘은 「우리가 정말 지뢰밭에서 살고 있다」는 참담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번 사고의 피해자이지만 출근길에 수송동 이마빌딩 앞의 「2002년 월드컵 축구 유치위원회」현판을 볼때면 여기 또 큰 피해자가 있구나하고 딱한 입장을 동정하게 된다.

『아무리 한국민이 축구를 사랑한다고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여기저기서 한달이 멀다하고 대형사고가 뻥뻥 터지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에 잔치판을 벌일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대형 백화점까지 무너지는 마당에 경기장이 안전하다고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지난해 1월 월드컵유치를 공식적으로 밝힌후 세계를 뛰며 우리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대회개최능력을 홍보해온 관계자들은 대형사고때마다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며 한숨짓는다. 지난번 이 난을 통해서도 지적했듯 월드컵개최와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에도 유치경쟁국인 한국과 일본은 공교롭게도 각각 인재와 천재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의 독가스 살포사건, 한국은 성수대교 붕괴와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사고등.

일본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이번 사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총체적 부실」이라고 한국을 비하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보도는 의도적인 공세를 느낄 정도이다.

각국 신문에 실린 폐허가 된 백화점 사진 한장은 우리 월드컵 유치위원들이 1년간 동분서주하며 쏟아온 노력을 덮어 버리고 남는 위력을 갖고 있다.

이번 사고를 어떻게 설명하고, 무어라고 한국을 선전하며 한 표를 호소할 것인가.<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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