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눈물 “혹시나…”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텨/각 병원 게시판 피맺힌 아픔 절절이어두운 콘크리트 더미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가냘픈 소리와 신음을 찾아냈다는 구조대원들의 탄성이 들릴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가슴은 또한번 탔다. 사체를 발굴했다는 소식에 이들의 억장은 또한번 무너진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희생자는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사람만이 아니다. 더 가슴 아픈 사람들, 그들은 차라리 어두운 콘크리트 더미 속에 대신이라도 기어들어가고 싶은 이들의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들이다.
구조작업은 더디어 가고 살아있는 자식이 지금이라도 숨이 끊어질 지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현장에 달려가고 싶은 심정뿐이다.
가족의 생사여부조차 알 수 없어 이 순간도 애태우는 3백여 실종자 가족들.
유가족및 실종자가족 임시대기소인 서울교대 체육관과 사고대책본부, 각병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절절한 아픔이 비와 눈물에 젖어있다. 이산가족찾기를 방불케하는 벽보들에는 나이 인상착의에서부터 입고있던 옷, 신체 특징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적혀 이들의 간절한 소망과 피맺힌 아픔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내 딸아. 살아오지 못한다면 이승에서 못다핀 꽃망울, 저승에 가선 새가 되어 마음껏 나래를 펴고 창공을 훨훨 날아 다니거라―이 못난 애비가 』
서울교대 실내체육관 게시판에 막내딸을 찾는다는 쪽지를 붙이고 4일째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신모(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씨. 그의 가슴은 딸아이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을지도 모를 천근만근의 콘크리트 무게보다 더 무겁다.
『차라리 시체라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니야. 혹시 살아있을지도 몰라』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고통을 견뎌가고 있는 이들은 이제 눈물샘마저 말라붙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병원에 구급차가 들어올 때마다, 새로운 사망자 명단이 게시될 때마다 오열과 절망이 교차했다. 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으로 바뀐 사람들은 구급차를 부여잡은채 통곡했고 함께 애태우던 실종자 가족들도 따라 울어 병원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붕괴된 A동건물 1층 잡화부에 근무하는 딸 홍윤미(21)양의 행방을 찾고있는 어머니 유영근(46·경기 안성)씨는 『차가운 콘크리트무덤에 딸아이를 묻을 수는 없다』며 『몇달이 걸려도 좋으니 제발 에미 손으로 묻을 수 있게끔 구조작업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딸의 이름을 부르다 끝내 혼절했다. 아이들은 대책본부를 지키고 부모는 핸드폰을 들고 시내 수십개 병원을 찾아헤매는 이들의 고통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김성호 기자>김성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