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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정치 책임소재 가리길/이필상(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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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정치 책임소재 가리길/이필상(나의 지면평)

입력
199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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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정책」 고발 등엔 크게 공감전국을 흔들었던 6·27 지방선거가 끝났다. 34년만에 지방자치 시대를 다시 여는 역사적 정치행사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 뿌리를 심고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꾀한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선거가 3김씨의 정치싸움판으로 전락하면서 지역분할구도를 고착화시켰다. 이로써 좁은 국토에는 세갈래의 분단선이 확연히 그어졌다. 남북이 갈린 통한의 아픔속에 나라를 또다시 지방별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이런 상태로 지방자치의 정상적인 정착은 어렵다. 그리고 지방민주화를 통한 국력융합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나라가 심각한 내부분열로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와 여야 모두에 있다. 우선 국민이 지역감정에 들뜨고 야당후보에 몰표를 던진 이면에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기본동기로 작용했다. 지난 2년반 동안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개혁은 경제와 사회정의를 실현하여 국가발전의 활력을 회복하는 근원적 개혁이라기보다는 기득권층의 이익보호를 전제로 하는 가식적인 실적위주의 개혁이었다.

따라서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혼란으로 모는 개혁으로 변했다. 여기에 인사정책이 과거 권위주의 인사체계의 틀을 벗지 못하고 반개혁적 인사와 측근 인물들을 권력의 핵심에 그대로 배치함으로써 국민들의 실망은 심각한 상태에 달했다.

더 나아가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터져도 정상적인 관리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취함에 따라 민심은 정부여당에서 크게 멀어졌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국민정서는 자연히 반여권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야당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채질했다.

결국 이들은 지역감정을 볼모로 하여 선거를 완전히 자신들의 정치전리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와 여당은 먼저 선거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 물론 개혁적 인사로 면모를 일신하여 개혁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발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 지역할거주의를 타파하여 지방자치를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망국적 지역감정을 되살려 자신들의 정치야망을 실현하려는 야당정치인들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선거결과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고 계속 발뺌한다면 이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여 한국일보는 올바른 지방자치정착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일보는 선거가 다가오자 연일 지방선거 관련 사설과 기획기사를 실어 이전투구의 정치전쟁으로 변한 지방선거의 왜곡상을 심도있게 비판했다. 그리고 지방자치 선거의 승리를 위해 정부가 내놓는 각종 선심정책을 고발하여 국민의 깊은 공감을 샀다. 실로 어느 신문에서도 보기 힘든 진지한 언론본연의 모습이었다.

선거가 끝난후 한국일보는 다시 신3김시대를 우려하는 사설을 포함, 나라를 불안상태로 만들 수 있는 권력구조의 지각변동에 대한 분석기사를 계속 싣고 있다. 거꾸로 가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안간힘이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움은 막상 근본적인 책임소재인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지도자들에 대해서 명확한 책임추궁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이 힘의 논리에 흔들림으로써 국정이 불안하고 국민의 불신이 쌓였다. 이렇게 볼때 보다 과감한 건설적 비판으로 지방자치와 중앙정치를 함께 살리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려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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