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1시간 사투도 헛되이…/필사의 구조 이은영양 끝내 숨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1시간 사투도 헛되이…/필사의 구조 이은영양 끝내 숨져

입력
1995.07.03 00:00
0 0

◎30일 구출된 언니 “생존” 제보/2일에야 위치확인 구조 활기/의료진 20명 소생노력 무위로/“손 빨리썼더라면” 가족 오열은영이가 끝내 숨졌다. 침상을 지킨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를 아는지 모르는지, 온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뒤로 하고 은영이의 심장은 멎었다. 금시라도 멎을 듯 가슴을 할딱거리던 은영이를 소생시키려고 두시간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한 의료진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매몰 71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출된지 2시간 반, 그의 소생을 빌었던 실종자 어머니들의 가슴도 무너졌다.

이은영(21·서울 동대문구 장안3동)양의 구조는 삼풍백화점 붕괴 4일째인 2일 전국민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매몰 71시간만의 극적인 생환이었고 12시간의 구조작업 역시 필사적이었다.

이양은 사고당일인 29일 지하1층 슈퍼마켓에서 2주일째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합동구조대가 그의 신음소리를 들은 것은 2일 상오 5시께. 콘크리트 더미의 작은 틈새에서 그가 죽음의 공포와 외로운 싸움을 벌인지 60시간만이다.

이양의 생존사실은 사고발생 다음날인 30일 하오 지하1층 슈퍼마켓에서 구출된 그의 이종언니 권은정(22)씨가 구조직후 『매몰된 야채코너에 사촌동생이 살아있다』고 전해 알려졌다. 구조대는 수색작업을 벌여 2일 상오 지하1층과 2층사이에서 희미한 신음소리를 확인, 철골과 콘크리트 잔해를 어렵게 철거한 후 이양을 구출했다.

권양은 『내곁에서 함께 구조된 홍성태(대원외고교사)씨로부터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던 곳에 은영이가 있었다』며 『구조가 조금만 빨랐으면 구할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구조작업이 거의 끝나가던 하오 3시께 맥박이 다시 떨어진다는 연락을 받은 의료진이 이양의 매몰현장으로 들어가 응급처치를 하는등 손에 땀을 쥐게하는 구조노력끝에 이양은 마침내 하오 5시께 매몰현장을 나왔다. 5시15분께 이양이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중이던 20여명의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이양이 자력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자 강심제를 주사한 뒤 전기충격기로 심장마사지를 하는등 이양을 살려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2시간30분만에 끝내 숨을 거두었다.

병원측은 이양이 얼굴, 가슴, 배, 양다리에 3도정도의 화상을 입었으며 안면 질식으로 청색증이 심했고 왼쪽눈 파열과 함께 동공도 수축반사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1남1녀중 맏딸인 은영이의 생사를 몰라 병원을 헤맸던 아버지 이정규(46)씨와 어머니 송희갑(43)씨는 의료진 20여명이 달라붙어 심폐기능소생시술을 하는동안 밖에서 말없이 딸의 생존을 기도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운명을 지켜보라』고 그의 사망을 전하는 순간 어머니 송씨는 『내대신 네가 가다니…』하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고재학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