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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구조작업/「마지막 한생명」까지 찾아라(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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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구조작업/「마지막 한생명」까지 찾아라(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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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가능성 기둥주위 집중탐사/지하작업 광원 18명 자원상경 참여/인기척 느껴지면 “동작그만” 대화전력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나흘째인 2일에도 생존자 구조작업은 곳곳에서 필사적으로 이어졌다. 구조대원들은 연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속에서 수작업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진행하느라 탈진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51시간만에 극적으로 미화원 24명을 구출, 사기가 높아진 대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많아 작업강도를 더욱 높였다. 궂은 날씨와 계속된 화재로 물이 차고 매케한 연기로 가득찬 지하에서 대원들은 오직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맨손으로 헤쳐 나가며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구조작업은 A·B동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생존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A동 지하3층에서의 미화원 구조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대원들은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기둥주위를 집중적으로 탐사했다.

건물이 완전히 붕괴돼 지하접근이 불가능한 A동 동쪽에는 지상에서 착암기로 7개의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 지하통로를 개척, 생존자 확인 작업을 벌였다. 이 곳은 기둥이 많고 아동매장이 지하1층에 위치해 어린이 생존자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지하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119구조대등 3백15명이 18곳으로 나눠 생존자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대에는 장성, 도계, 화순등 탄광에서 올라온 광원 18명과 시민 자원봉사자 60여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12시간마다 교대를 했지만 교대를 마친 대원들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마음에 작업장을 떠나지 못했다. 대원들은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과 콘크리트 더미를 뚫으면서 생기는 시멘트가루 속에서 밖에서 전달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백화점 정문유리창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 크레인으로 지탱한 지하부분과 A동 엘리베이터 타워 아래에서도 구조작업은 진행됐다. 크레인 지하지점에서는 상오 5시30분에 사체가 발견된데 이어 상오 11시분께는 엘리베이터 타워 아래 지하2층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생존자에 대한 정보가 곳곳에서 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대원들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날 낮 12시께 B동 지하2층에서 여성 1명, A동 지하1층 서점부근과 중앙부에서 수명의 생존자가 있다는 제보가 지휘본부로 들어왔다.

구조대원들은 백화점 지하에서 10∼20여명씩 한조를 이뤄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랜턴이 달린 안전모를 쓰고 있었지만 캄캄한 어둠속을 제대로 밝혀주지 못해 대원들은 손으로 더듬으면서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무너진 콘크리트더미와 거미줄처럼 얽힌 철근, 철제빔속을 컴프레서등으로 뚫었지만 정리작업은 맨손으로 할 수 밖에 없어 대원들은 수시로 떨어지는 시멘트덩어리에 팔과 손등,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한 명이 10여분간 작업을 하면 다시 뒤쪽 대원이 앞으로 나와 교대하는 작업이 번갈아 이어졌다. 무너질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외부로 연락, 버팀목을 설치해 안전을 기했지만 조그만 진동에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원들은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면 즉시 귀를 벽에 대 생존자의 신호를 찾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첨단시대에 고작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사람의 오감뿐이었다.

대원들은 인기척이 느껴지면 즉시「동작 그만」을 외친뒤 계속된 구조작업으로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대화를 시도했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대원은 『살아 있는 사람 숫자만큼 벽을 두드려라』고 외치지만 아무런 신호도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원들은 1시간여동안 피나는 노력끝에 지하 1층 서점부근에 접근했다. 그러나 발견한 사람은 이미 싸늘한 30대 여자의 시체였다. 콘크리트 먼지로 뒤범벅이 된 대원들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완연했지만 시신을 밖으로 보낸뒤 곧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 또 다른 생존자가 대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무너진 벽돌더미를 뚫고 나아갈 때마다 곳곳에는 피묻은 신발과 핸드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갓 10살이 됐을 만한 어린이 시체가 발견되자 대원들의 얼굴에 눈물이 흥건히 배기도 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들의 바로 아래 지하 4층에서는 장마비와 수영장에서 흘러 나온 물이 1이상 차올라 접근이 불가능해지자 스킨스쿠버 요원들이 시신을 발굴해냈다.

지휘본부는 이날 상오 건물붕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 10분이내에 밖으로 나올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받았다. 지하 출입허락을 받지 못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처음부터 계속 지하구조작업을 도와 5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지하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간부들에게 매달렸다.

대원들은 2백70여명의 실종자중 마지막 한 사람의 생존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권혁범 기자>

◎“역시 119구조대”/「사지」서 맹활약 미화원 24명 등 구출/2백여명 헌신… 탈진해 쓰러지기도

이번 사고의 인명구조에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팀은 주황색재킷에 헬멧을 쓰고 사지나 다름없는 매몰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119구조대다.

이들은 30일밤 20시간의 사투를 벌인 홍성태(39)씨 등을 구출해내고 1일 밤에도 지하3층에 매몰돼있던 24명의 생존자를 발견, 구멍을 뚫고 들어가 무사히 구출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진돈(37) 대원등 2명이 탈진상태에서 쓰러져 구급차 신세를 져야했고 김학천(28) 대원은 구멍을 뚫다 천장이 무너져 오른쪽 손가락을 절단하는 수술끝에 새서울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나자 맨먼저 달려온 119구조대는 잔존 건물의 붕괴위험을 무릅쓰고 잔해로 막혀있는 지하층을 소형절단기와 해머등으로 부숴 통로를 만들어 생존자를 구출하고 엘리베이터 통로에서는 휘어진 철근을 타고 내려가 벽틈새나 철근 등에 끼인 생존자와 사망자를 찾아내고 있다.

행정근무자 외에 10개대 2백여명이 투입된 119구조대는 올림픽을 앞둔 88년 2월 3개대 60명으로 창설된 이래 현재 시내 18개 소방서중 13개서에 2백60명이 소속돼있다. 이들은 화재사고시 먼저 현장에 투입, 귀중한 인명을 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화재 외에도 인명구조를 위한 사고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구조대원은 공수부대·해병대등 군 특수부대출신자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발하며 구조대장 지원자격도 특수부대 장교로 제한하고 있다.<염영남·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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