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여대생 마지막날 비명횡사/유족들 “사체라도 행여 상할라” 조심당부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희생된 삼풍 여직원 수십명의 애틋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이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가계를 도맡아온 억척스런 처녀가장도 있고 동생의 대학진학을 돕기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한 언니도 있었다.
○…2층 숙녀복매장 판매원으로 일하다 숨진 이은정(19)양은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고아 아닌 고아였다.
역경 속에서도 비뚤어지지 않고 착하게 자란 이양은 백화점에 취직한뒤 월급 53만원중 33만원은 적금에 넣고 5만원은 할머니에게 용돈으로 드리고 15만원만 생활비로 쓸 정도로 성실한 처녀가장이었다.
최현아(22)씨는 연년생인 두 동생의 대학진학을 위한 학비를 마련하러 삼풍에 취직했다. 자신의 대학진학은 미련없이 포기했다. 최씨의 친구들은 『착하고 어른스러운 현아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최은희(25)씨는 휴가간 동료직원을 대신해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 1남2녀의 장녀로 남동생의 학비까지 대주던 최씨는 최근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빈자리 근무를 자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1층에서 숨진채 발견된 안은영(21·순천향대3년)양은 사고 당일이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안양의 아버지는 『방학때마다 외국에 나가 어학연수를 받아온 은영이가 「부모님께 번번이 부담을 끼쳐 죄송해 이번에는 내 힘으로 연수비용을 마련하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면서 통곡했다.
○…3백여명의 실종자중에는 일가족 2∼3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낸 방찬영(59)씨는 부인 송인숙(52)씨와 아들 제선(13)군, 딸 찬숙(18)양등 가족 3명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남상현(61)씨는 부인 이기미(54)씨와 딸 호정(24)씨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씨는 『산 사람을 우선 구해야 하겠지만 유가족들에게는 죽은 사람도 산 사람과 똑같다』며 『사체를 발굴하더라도 함부로 다루지 말고 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호소했다.
허인실(31)씨는 미국에서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얼마전 귀국, 30일 미국으로 다시 떠나기 앞서 친구를 만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지 3일째인 1일 사고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시작됐다. 희생자중 첫번째로 장례식이 치러진 조복환(35·삼성건설직원)씨는 회사 박운영(63) 고문의 차를 몰고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서다 콘크리트더미에 깔려 박고문과 함께 숨졌다.
결혼한지 6년된 조씨는 부인 신경숙(29)씨와 경용(5) 용원(3)등 두아들을 남겼다.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서 올라온 조씨의 형님은 『부모님이 놀라실까봐 복환이가 사고로 입원중이라고만 얘기하고 왔다』며 오열했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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