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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다시 가고/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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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다시 가고/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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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4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에서 그 유명한 다부동전투의 전몰자를 위한 충혼탑건립식이 있었다. 6·25가 시간적으로는 가물가물 잊혀질만한 45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 전쟁에서 목숨을 던진 청년군인들의 혼을 달래고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보기 위해 가까스로 기념관을 짓고 충혼탑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6월이 돌아올 때마다 한국전 평가자들은 이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남북한 전력을 비교해 보면 남한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북한은 T34탱크 3백여대와 전투기, 대포, 기관총, 박격포등 완벽한 현대전 무기에 「남한을 미제국주의자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정신무장과 공격훈련까지 갖추고 사전 계획에 의해 남침해 왔다. 이에 비해 국군은 소총마저 99식, 38식, M1, 칼빈등 일본군이나 미군이 쓰다남은 것을 되는대로 지급받고 있었고 중화기는 도통 없었다. 절대병력도 남한은 북한에 비해 턱없이 기운 상태였다.만일 소련대표 말리크가 유엔안보리에 불참하지 않았다면(그가 출석해 유엔군파견에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면), 38선을 돌파한 인민군이 의정부방면에서 얼쩡거리지 않고 25일 그날 당장 서울을 밀고 들어왔더라면, 서울을 점령한 인민군이 3일간 서울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한강을 건너 남하했더라면, 인민군이 대전에서 공격력을 호남과 영남으로 분리하지 않고 대구방향으로 집중시켰더라면, 한국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천만다행히 이런 가정들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민군주력이 대구­부산방어선을 뚫기 위해 사력을 다해 밀어붙였던 다부동전투도 만일 이 전선이 무너졌더라면 한국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서있는 전투로 이름나 있다. 인민군 3개사단이 김무정사령관의 직접 지휘아래 총공격을 해왔고 국군 1사단의 11·12·15연대는 모자라는 병력과 화력을 갖고 『여기가 무너지면 조국은 무너진다』라는 일념으로 모질게 싸웠다. 다부동은 대구로 가는 길목이다. 이곳이 무너지면 직선거리 10의 대구가 무너지고 낙동강전선 전체가 깨진다. 국군 1사단은 막판에 미군 36년대, 국군3연대등의 지원을 받으며 결국 유학산을 탈환하고 다부동을 지켜냈다. 아군전사자 2천3백명을 냈다. 부상자는 5천명을 넘었다. 국군 1사단이 다부동을 지켜내고 북진하여 신령전투를 승리로 끝낼 때쯤인 그해 9월15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다.

당시 국군1사단을 지휘했던 백선엽장군은 이날 기념사에서 『전우여, 그때는 너무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같아서 전투상보도 작성하지 못하고 쓰러진 전우의 이름 한번 불러보지 못한채 북진해 지금 생각하면 그저 목이 메일뿐』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은 이들 전사자들의 피를 먹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후 45년이 지나가도록 유학산 골짜기에 나뒹구는 전사자들의 유해마저 거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과 2년전 2천여 국군 전사자 가운데 20여구의 유해를 겨우 거뒀을 뿐이다. 전사자들의 이름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살기 바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 전쟁세대를 이어사는 차세대들은 6월의 피를 먹고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북한을 다루는 자세도 좀더 다부져야 한다. 우리쌀을 간청하다싶이 해 북한에 제공하면서 그 쌀을 싣고간 한국배가 청진항에서 태극기를 뺏긴채 인공기를 달고 쌀을 건네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무지 이 나라 정치인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가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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