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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분석/최병은 건설재해예방 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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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분석/최병은 건설재해예방 연구원 전문위원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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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하부 허약하게 시공 추정”/철골기둥 강했으면 통째 붕괴될리 없어/업계고질 「부실시공 한심한감리」도 원인폭격을 맞은듯 주저앉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현장을 보는 순간 건물의 기초를 포함한 구조물의 하층부가 형편없이 허약하게 시공됐다는 느낌이 앞섰다. 보통 건물의 하부는 상층부보다 훨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상층부가 붕괴되더라도 일부침몰현상에 그치게 된다. 이미 국내에서 수차례 아파트가 붕괴됐지만 이번 처럼 밑으로 통째 가라앉은 사고는 일찍이 없었다.

구조물전체가 일시에 지하로 함몰한 것은 구조물 하부가 최소한의 버팀목역할도 할 수 없을 만큼 부실시공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일시 전체붕괴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발주에서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총체적인 결함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건축의 모든 과정은 톱니바퀴 처럼 연결돼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구조물 전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미치게 된다.

우선 국내 건축업계의 현실로 미루어 볼때 삼풍백화점은 발주단계에서 부터 문제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산절감등을 위해 발주자는 설계를 최단기간에 마치도록 시공자에게 요구하고 하도급과정에서 시공비용이 마구 깎이고 있는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이번 사고에 그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건축업계의 왜곡된 현실을 수백명의 희생으로 대변한 셈이다. 이처럼 발주과정이 왜곡되면 구조물의 생명을 좌우하는 설계는 졸속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안전한 건축물을 시공하는데 필요한 토질 및 환경등에 대한 정밀한 입지조사는 물건너가고 모래위에 성을 짓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장을 둘러본 바로 미루어 시공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발주와 설계도 중요하지만 시공은 앞서 잘못된 과정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있다. 현명한 건축가는 설계상의 문제를 건축현장에서 최소화한다.

그러나 삼풍백화점은 나무젓가락으로 대궐을 떠받치고 있었던 꼴이다. 이 건물은 지하4층, 즉 15이상의 지하까지 파내려가 기반을 잡았다. 이 정도라면 주변의 토질로 볼때 지반에는 문제가 없다. 따라서 지반위에 세운 철골기둥이 상식이하로 부실시공됐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은 철골기둥과 슬래브 중간에 설치되는 대들보를 생략하고 철골기둥과 슬래브를 곧바로 연결하는 플랫 슬래브(FLAT SLAB)공법으로 시공됐다. 이 공법은 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널리 채택되고 있는 공법이긴 하지만 이 방식으로 안전도가 높은 구조물을 지으려면 철골기둥을 훨씬 강력하게 시공하고 기둥간에 치밀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은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참사를 빚었다. 지하4층에서 지상2∼3층까지 이어지는 층별 철골기둥은 최소한 기둥별로 4∼5톤은 떠받쳐야 하는데 이 기준에 턱없이 못미친 것으로 보였다. 이는 무너져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앙상한 철골만 남은 기둥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기둥에 넣는 철골을 마음대로 줄이고 레미콘에 물을 타는 위험천만한 작태가 벌어졌음이 눈에 선하다. 이에 더해 주차장등에 대한 증축공사는 구조물의 균형을 잃게해 붕괴를 재촉했다.

그렇다면 감리자는 무엇을 했을까. 건설기술관리법등 관련 법규정을 보면 건축과정에서 안전점검을 시공자가 감리자에게 의뢰하도록 돼 있다. 감리자가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정할 경우 시공자는 감리자에게 감리비용을 주지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여서 애초부터 정확한 안전진단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삼풍백화점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고 본다. 왜 정부나 발주자는 뒤로 빠지고 시공자가 안전진단을 의뢰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특히 삼풍백화점이 시공됐던 80년대말에는 건축수요가 폭주해 각종 건축자재가 품귀현상까지 빚었던 점으로 미루어 「부실시공과 한심한 감리」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인재로 나타났다고 판정하는 것이 옳다.

또 교통문제가 부실시공에 미치는 영향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 레미콘 차량은 일정시간내에 레미콘공장을 떠나 건축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상황은 레미콘차량을 장시간 길거리에 묶어둔다. 이 경우 레미콘은 굳게 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레미콘에 물을 타는 일이 허다하다. 이 역시 부실공사로 이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상이 한순간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간접원인이라면 직접원인은 붕괴위험을 알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는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등 부실공사대책을 사후약방문식으로 마련하는 것은 그만두고 「안전대피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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